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뒤를 이을 대권후보들이 일제히 서방언론과 공개적인 대화를 가졌다.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제59차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서 이들은 전 세계 110개국에서 참석한 1700명의 신문사 발행인 및 편집인을 면담,주목을 끌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회의 둘째날인 6일 총회에 참석한 언론사 간부 중에서도 유력인사들만이 등록한 오찬의 연사로 등장,러시아 정치 경제에 관해 폭넓게 얘기를 나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 출신으로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회장을 맡고 있다.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박사인 데다 푸틴이 정권을 잡은 2000년 대선캠프를 이끌었고 비서실장까지 지낸 실용주의자로 푸틴의 '관리 민주주의'(Managed Democracy)를 무리없이 이어갈 인물로 꼽히고 있다.

서방언론은 그가 41세로 젊지만 푸틴의 연고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어서 푸틴이 후계자로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또 한명의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는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국영철도회사 사장은 총회 첫날인 5일 크렘린궁에서 참석자 전원에게 오찬을 대접했다.

사회를 봤던 티모시 볼딩 세계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오찬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은 지금 러시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물로부터 점심 대접을 받고 있다"고 야쿠닌 사장을 띄웠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자리의 성격상 이번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역시 푸틴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데다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에서 오랫동안 푸틴과 호흡을 맞춰온 '푸틴 사단'이어서 서방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다른 대권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총회 참석자들에게 "현대 러시아의 두 가지 불행"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연임에 들어간 푸틴이 물러나는 시기는 2008년.푸틴은 빠른 경제성장과 정력적인 일처리,작은 정부의 구현,미국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자존심 회복 등으로 업무지지도가 70%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어 3연임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가즈프롬이 대주주인 이즈베스티야 신문의 엘레나 오프차렌코 편집부국장은 "국민의 59%가 푸틴의 3연임을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3연임을 위해서는 개헌을 해야하기 때문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 가운데 한 명에게 대권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어서 이번 총회의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내민 인물들이 큰 관심을 끌었다.

다른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2008년에 퇴임한 후 가즈프롬의 회장을 맡아 막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도,벌써부터 '푸틴 이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모스크바=고광철 국제부장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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