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대연정의 불협화음으로 고심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엔 자신이 당수로 있는 기독민주연합(CDU)내 반발에 직면하는 등 집권 6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 실업보험 관련법을 실업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기독민주연합(CDU) 소속 주(州)총리 11명 가운데 7명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연방상원의 법안표결에서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 법안이 공포되려면 연방하원과 16개 주 정부의 대표로 구성된 연방상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정부의 실업보험 개정안은 지난주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바덴-뷔르템베르크 등 실업보험 개정안에 반대하는 7개 주 총리들은 "정부의 실업보험 개정안은 결함 투성이이며 부절적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신문은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가 사회민주당(SPD)과의 좌-우 대연정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개혁을 희생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기민련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메르켈 총리는 뛰어난 외교 성과와 대중적 인기에도 의료보험 세금 노동법 등 정작 중요한 개혁 과제에선 별다른 개혁 성과를 못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퀼른 소재 민간 경제연구소인 IW의 마카엘 휘테르 소장은 "좌-우 대연정 정부가 게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 도입된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골자로 한) '아젠다2010'을 발전시키는데 실패했다"며 "메르켈 총리의 경제 개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독일 정부의 경제정책자문관인 베아트리스 베더 디 마우로도 일간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연정은 독일 경제 회생을 위한 개혁 추진을 위해 성립됐지만 이제 개혁의 기회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민련 내 친기업가 모임인 '경제위원회'도 최근 메르켈 총리 초청 토론회에서 이 같은 비판적 분위기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언론들도 메르켈 총리가 내년 1월부터 부유세를 새로 도입하고 부가가치세를 인상키로 하는 등 사민당의 요구에 밀려 세금을 인상하기로 한데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최근 독일노조총연맹(DGB) 회의에 참석,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는 등 노동 개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이와 딴판이라는 것이다.

당 밖에서도 메르켈 총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사민당 신임 당수로 선출된 쿠르트 벡 라인란트-팔츠주 주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기민련과는 다른 사민당의 독자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기민련과 사민당의 '밀월시대는 끝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부 사민당 고위 관리들은 노선 차이를 이유로 2009년 총선에선 기민련과 결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