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국영기업을 국가발전의 견인차로 삼는 '신 국가 자본주의(The New State Capitalism)'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뉴스위크는 최신호(5월1일자)에서 사회주의 전통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베네수엘라는 물론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도 대형 국영기업을 육성,다국적 기업 중심의 서구 경제권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하지만 정부가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국가 통제권을 유지하는 전혀 다른 국면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국가 자본주의'는 자국 내에서 합병을 통해 국영기업의 몸집을 키우고 독점적 지위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뒤,해외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중국의 켐차이나그룹(ChemChina Group).중국 정부가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던 국영기업 자산을 끌어모아 2004년 설립한 국영 석유화학 회사다.

총 8개 자회사를 거느린 이 그룹은 하루 아침에 세계적 에틸렌(플라스틱 원료) 제조업체가 됐다.

중국은 전력 자동차 항공 철강 광업 등 분야에서도 국영 거대기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도 에너지 같은 전략적 분야에서 국가 통제권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이고 장관들이 직접 경영하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2014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기반시설공사 수주,민영 신문사 및 방송국 인수에 이어 영국의 가스회사 인수 추진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우크라이나 등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정치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러시아식 자본주의'로 자산기준 세계 5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를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증시 상장과 함께 지분 49%를 매각할 계획이지만 경영권은 계속 정부가 틀어쥘 방침이다.

국영 로조보로넥스포트사는 러시아 최대 민영자동차 회사인 아브토바즈를 인수했다.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은 싱가포르 증시 시가총액의 34%인 650억~7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2003년 이후 서울에서 뭄바이,런던에 이르는 거대한 금융제국(12개 은행,자산 200억달러)을 만들었다.

뉴스위크는 글로벌화가 진전될수록 민간부문이 경제계를 지배할 것이란 상식이 이 같은 '국영 다국적 기업'의 등장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을 '가짜 자본가'(fake capitalist)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바이의 국영 항만운영사인 두바이포트월드나 테마섹이 출자한 싱가포르에어라인처럼 효율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곳도 많다.

미국이 중국 CNOOC의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와 두바이포트월드의 미국 항만운영권 인수를 좌절시킨 것도 국영 다국적 기업의 성장을 견제하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호주 머독대 아시아리서치센터장인 개리 로단은 그러나 "신 국가 자본주의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어 선진 경제권의 견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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