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에서 중도좌파연합이 승리하고 프랑스 정부가 최초고용계약(CPE,26세 미만 근로자는 2년 내 자유해고)을 폐기하면서 유럽의 경제 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지난달 춘계정상회의에서 약속한 '개혁 드라이브'가 한 달도 안돼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본 아젠다 청사진에 그칠 듯

EU 25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23,24일 브뤼셀에 모여 지난해 수정한 '리스본 아젠다'에 따라 성장과 고용 확대를 위한 경제 개혁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리스본 아젠다는 유럽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마련한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2000년 3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채택됐다.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성장률과 소비자 신뢰지수 등 각종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구조 개혁을 활기차게 추진할 수 있는 호기"라고 밝혔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2010년까지 일자리 1000만개를 새로 창출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춘계정상회담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의 첫 실험으로 간주된 프랑스 정부의 CPE 법안이 학생들과 노동계의 반대 시위에 밀려 폐기되면서 노동시장 개혁은 출발부터 삐끗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총리실의 경제분석 자문역인 엘리 코언은 "CPE 폐기와 함께 노동법 개혁은 몇 년간 동결됐다"며 "(당분간) 어느 정치인도 손대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유연화정책 타격

유럽 언론들은 프랑스 CPE 사태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독일 등 유럽 각국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이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유럽의 노동시장 개혁을 더 주춤거리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강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1%로 사실상 '제로(0) 성장'에 그친 데다 전체 실업률 8%,청년 실업률 24%로 프랑스 못지않게 실업난이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프로디는 중도좌파연합내 극좌세력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만큼의 여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노동시장 유연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프로디가 이끄는 좌파연합의 승리는 이탈리아의 자유시장 실험이 중지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다 박빙의 총선 결과로 인해 좌우파 간 힘겨루기가 더 팽팽해질 것이란 점도 개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이유로 벌써부터 '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화로 인해 더욱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구조개혁을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