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4일 저녁 차기 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탁신 총리는 그러나 의회가 새 총리를 선출할 때까지는 과도총리직을 계속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신 총리는 이날 저녁 8시30분(한국시간 밤 10시30분)께 TV로 전국에 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발표하면서 차기 정부에서 총리직은 맡지 않겠지만 "하원의원과 `타이 락 타이'(TRT)당 지도자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탁신 총리의 발표로 지난 수개월간 지속돼온 태국의 정치혼란이 종식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탁신 총리의 차기 총리직 불수락 발표는 4일 오후 그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알현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탁신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방콕에서 200㎞ 가량 떨어진 프라추압 키리 칸주(州) 휴양도시 후허힌의 왕궁에서 푸미폰 국왕을 알현하고 차기 총리직 불(不)수락 등 정국혼란 타개 방안에 대해 윤허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탁신 총리는 "내가 차기 총리직을 수락하기 않기로 한 주된 이유는 올해가 국왕의 대관 60주년을 맞이하는 경사스런 해이며 대관 60주년 기념행사가 불과 60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탁신 총리는 지난 2일 총선에서 자신과 TRT당에 표를 던진 1천600만 유권자에게 사과하면서 "나는 모든 태국민이 재단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싸울 시간이 없다"며 "나는 태국민이 단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앞서 일어났던 일을 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탁신 총리는 3일 밤 TV 정치 대담프로에 나와 민주당 등 2일 총선을 보이콧한 야3당이 정치현장에 복귀하고 반탁신시위를 이끌어온 시민단체 연대모임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가 시위를 중단하는 등 "모든 당사자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면" 총리직을 사임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내비쳤었다. 탁신 총리는 이날 밤 정부청사에서 차기 총리 불수락 방침을 발표한 후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던 부인 포자만 여사 등 가족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포자만 여사는 자신도 눈물을 흘리면서 눈시울이 젖은 남편을 위로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수리야 중룽르엉킷 부총리와 수라난 웻자지와 총리실 장관 등 일부 각료와 수라퐁 수업웡리 정부 대변인 등도 울음을 터뜨렸다. (방콕=연합뉴스) 조성부 특파원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