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55
수정2006.04.08 19:50
지난 3일 새벽 홍해에서 침몰한 여객선 탑승자의 가족들이 6일 선박 소유업체와 이집트 당국의 무성의한 사고수습에 항의하며 이틀째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탑승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사파가항에 소재한 선주회사 알-살람 해상운송의 사무실에 납입해 집기를 거리로 끌어내고 회사 간판을 떼어내 불태웠다.
경찰은 시위가 격화되자 최루탄을 쏘며 해산 작전에 나서 시위를 진압했다.
또 일부 시위대는 사파가항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타이어를 쌓아놓고 불을 질러 사파가항 진입로가 한때 봉쇄됐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탑승자 가족들은 5일에도 사파가항에서 정부 당국의 부실한 사고수습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했다.
이집트 당국은 추가 소요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사파가항 주변에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사고 발생 당시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족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사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영국과 미국이 전함과 해상정찰기를 각각 보내 구조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거절했다가 뒤늦게 다시 도움을 요청해 초기에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소식을 전해듣고 사파가항으로 몰려든 탑승자 가족들에게 사고상황과 수습대책 등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다.
탑승객 가족인 모하메드 하산은 "형의 생존 여부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라도 알려줘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구조된 사람들의 신원을 유족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정부 당국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집트 정부는 사고 직후 구조된 승객들의 언론 접촉을 막아 정확한 사고경위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구조.수색 작업이 나흘째로 접어든 이날 사파가항 주변에는 실종된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한편 6일 오전 현재 구조된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401명이고, 수습된 시신이 약 200구로 집계돼 1천400여명의 탑승자 가운데 800명 정도가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