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도 마닐라 교외의 한 경기장에서 4일 오전 압사사고가 발생, 88명이 숨지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고 정부 관리들과 목격자들이 밝혔다. 리처드 고든 필리핀 적십사자 총재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88명이 사망하고 337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 한국인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사고는 마닐라 외곽 피스그 시의 '울트라' 경기장에서 ABS-CBN TV 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인기 게임쇼 '워워위'(Wowowee)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쇼를 관람하기 위해 대기하던 3만여명의 사람들이 행사장에 들어가려고 좁은 출입구쪽으로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일어났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일부 관리들은 누군가가 폭탄이 있다고 외치면서 놀란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려다 압사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망자들 가운데 대분분은 나이가 든 여성들이었으며, 이들은 경기장 철제문에 부딪히거나 밟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소식통은 이 행사에는 100만페소(1만9천250달러)의 상금 외에도 미니버스, 아파트 등 푸짐한 경품이 걸려 있었으며, 이를 노린 사람들이 행사 시작 이틀 전부터 몰려들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울트라' 경기장의 좌석수가 1만7천석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3만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윌리 레빌라메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계속할 뜻을 밝혔으나 비난여론이 거세자 ABS-CBN TV 네트워크측은 이 프로그램의 방송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방송사측은 또 사고 조기 수습을 위해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의사를 밝혔다. 한편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사고 직후 200여명의 부상자들이 입원 가료 중인 리잘 메디컬 센터를 방문해 이들을 위로한 뒤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를 위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보상대책 등을 지시했다. 또 놀리 데 카스트로 부통령도 사고 현장을 방문,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교통통제 등을 경찰에 지시했다고 현지 관리들은 덧붙였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