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고 백남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그의 예술세계처럼 파격적이었다.


3일(현지시간) 오후 백남준씨의 장례식이 열린 뉴욕 맨해튼의 프랭크 캠벨 장례식장. 조문객들은 저마다 옆의 사람의 넥타이를 잘랐고, 잘린 넥타이를 한복을 입고 평온하게 누워있는 고인의 시신 위에 올려 놓았다.


"넥타이는 맬 뿐만 아니라 자를 수도 있으며, 피아노는 연주 뿐만 아니라 두들겨 부술 수도 있다."


지난 1962년 독일에서 플럭서스 그룹을 창시한 요제프 보이스를 만난 뒤 관객의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를 때려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던 그를 추모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이날의 넥타이 자르기는 그의 조카 켄 하쿠타씨의 제안.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가 하쿠타의 넥타이를 자르면서 시작됐고, 이어 400여 참가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미리 준비된 가위를 이용해 서로의 넥타이를 잘랐다.


고인의 시신 위에는 잘린 넥타이들이 수북이 쌓였다.


수북이 쌓인 잘린 넥타이들은 이 세상에 남은 사람들이 그에게 보내는 무한한 애정과 존경의 표시였다.


또한 그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준 퍼포먼스였다.


오노 요코는 추모사에서 지난 1963년 일본 자신의 집에서 고인을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근감이 느껴졌었다면서 "그가 너무나 그립다"는 말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존 헨하트 수석 큐레이터는 그는 항상 영감을 준 사람이었고 항상 뭔가를 창조하는 사람이었으며 그의 인생은 계속되는 움직임 속에 있었다면서 그는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이자 조지 워싱턴 같은 예술가였다고 추모했다.


독일 브레멘 미술관의 불프 헤르첸고라트 관장은 백남준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60여명의 친구들이 남긴 애도의 글을 그의 영전에 바치면서 그의 비디오 아트는 전세계에 큰 영향을 줬으며 그는 진정한 글로벌 아티스트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미국미술관의 엘리자베스 부룬 관장은 앞으로 그의 작품을 더 수집해서 미래세대가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며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훌륭한 미술관을 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추모사를 한 하쿠타씨는 자신과 오랜 인연, 빌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바지를 내린 일이 있은 뒤 전세계에서 전화가 쇄도했던 일 등 삼촌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시대를 앞서간 세계적인 예술가의 삶을 회고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그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정부 조문사절로 참석한 문봉주 뉴욕총영사,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설치됐던 '더 게이츠' 프로젝트를 펼친 환경작가 장 클로드 크리스트 부부 등 400여명이 참석했으며 1시간 30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