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종업원들에게 '연금 불안증'이 확산되고 있다. 부실기업은 물론 우량기업들도 연금적립 부담을 덜기 위해 연금제도를 변경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연금을 동결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업회계 기준이 변경돼 연금이 부채로 계산됨에 따라 연금제도를 변경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증시에서는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증시로 흘러드는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반기고 있지만 종업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량기업도 연금동결 확산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영 위기에 빠진 기업뿐만 아니라 우량기업조차 최근 연금제도개혁을 명분으로 연금 동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연초 IBM이 11만7000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확정급여형(DB형)연금'의 추가적립을 중단키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IBM은 대신 '확정기여형(DC형·일명 401K플랜)'에 대한 회사분담률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서킷시티 시어스 호스피라 등은 IBM처럼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연금 지급을 중단키로 최근 결정했다.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노조 가입대상이 아닌 간부직원 5만500명에 대해서 연금 지급을 중단하고 나머지 직원에 대해서도 노조와 협의 중이다. 또 휴렛팩커드 모토로라 록히드마틴 아온 NCR 등은 노조와 합의가 필요 없는 신입사원에 대해 연금지급을 중단키로 했다. ◆비용절감이 목적 미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퇴직 후 연금을 미리 확정해 회사가 부담하는 DB형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퇴직자가 늘어나면서 연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문제가 됐다. 1950년대 최초로 DB형 연금을 정착시킨 GM이 여기에 발목잡혀 위기에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DC형은 종업원과 회사가 일정비율을 분담해 연금을 적립한다. 운용책임은 종업원이 진다. 회사로서는 DB형처럼 손실을 메워줄 의무가 없다. 그러니 자연 DC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IBM의 경우 DB형 연금 중단으로 앞으로 5년 동안 30억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85년의 경우 DB형이 퇴직연금시장의 66%를 차지했지만 지난 2004년엔 DC형이 64%로 커졌다.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 중 DB연금을 중단한 기업수도 △2001년 34개 △2002년 39개 △2003년 45개 △2004년 71개로 해마다 늘고 있다. ◆연금동결 기업 증가 전망 더욱이 올해부터는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기업연금 회계처리 기준이 변경됐다. 작년까지는 적자기업이라도 기업연금을 순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지급될 연금을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 캐시는 그대로이지만 주가에 신경을 써야 하는 기업들로선 부채를 줄이려 애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연금 부담이 작은 야후 구글 등 신생기업 및 외국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 과도한 연금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우량기업도 늘고 있다. 헤윗 어소시에이트 LLC라는 회사가 1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가 연금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DC형 연금이 늘어나면 증시에 흘러드는 자금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운용책임을 져야하는 종업원들로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연금 불안증이 확산되는 이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장경영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