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실시된 볼리비아 대선에서 반미(反美) 노선을 표방해온 야권의 에보 모랄레스(46) 후보가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사회주의운동당(MAS) 총재를 맡고 있는 모랄레스 후보는 이날 대선투표 종료후 별도로 이뤄진 두번의 출구조사에서 모두 51%의 예상 득표율을 얻은 데 이어, 중간개표 결과에서도 득표율이 50%를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승리를 선언했다. 모랄레스 후보는 이날 자신의 주요 거점인 코차밤바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승리했다"면서 "볼리비아의 새 역사는 시작됐다. 볼리비아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공명정대, 평화 그리고 변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마라족 원주민 출신 모랄레스의 지지기반인 원주민 등 운집한 지지자들은 볼리비아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에 감격하며 "에보, 대통령"을 외쳤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공식 집계 결과는 최소한 하루 뒤에야 발표된다. 하지만 이날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도 모랄레스의 MAS는 세력을 더욱 확대해 대선 결선투표 진출 두 후보를 놓고 내달 표결을 벌일 새 의회를 장악, 상대 후보를 물리칠 충분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경쟁자인 우파 후보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도 패배를 시인했다. 모랄레스는 스스로 자신의 대통령 당선이 `미국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철저한 반미주의자로 평가받는다. '제2의 차베스', '볼리비아의 체게바라' 등으로 불리는 모랄레스 후보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남미 좌파 지도자와의 동맹을 강조하며 반미노선을 견지해 왔다. 특히 모랄레스는 마약 코카인의 원료로 쓰이는 코카 재배 농민 출신으로 코카 재배를 금지하는 미국의 정책에 반대, 코카 재배 및 매매의 합법화를 일관되게 주장 해와 향후 미국 정부와 상당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모랄레스는 또 선거운동 기간 자신에 대해 "볼리비아 역사에서 경멸과 멸시, 차별을 받아온 사람들의 후보"라고 밝혀 집권시 `백인'이 주도해온 볼리비아 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모랄레스를 필두로 한 볼리비아 반미정권 출범은 2000년 이후 중남미 곳곳에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좌파열풍에 더욱 강력한 힘을 불어넣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볼리비아 대선은 차베스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간 대리전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미국은 올 중반까지 볼리비아 정정불안이 계속되자 `차베스 배후설'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모랄레스 후보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따라서 중남미 좌파 세력 확대를 꾀해온 차베스의 `또다른 승리'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선거로 미국의 대(對) 중남미 외교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2년여 기간 대통령 두 명이 중도하차하고 과도정부가 들어설 정도로 심각한 정치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등 모랄레스는 집권초기부터 많은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치불안의 핵심요소였던 천연가스 등 에너지 산업 국유화 문제와 천연가스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정치.경제적 독립 요구는 모랄레스 새 정부의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