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최근 들어 서구사회에 잠재해 있는 '이슬람 공포증'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잇따라 알-카에다의 위협과 이라크 상황을 거론하면서 '이슬람왕국(Caliphate)'이란 용어를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 마호메트의 후계자 칼리프가 지배하는 영토라는 의미인 이 용어는 서구에서 이슬람 세력이 강성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말로 많은 미국인을 포함, 서구인들에게 이슬람에 대한 거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아내게 한다는 것이 이슬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주 두차례에 걸쳐 이라크가 새로운 '이슬람 왕국'을 중동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기지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각국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릭 에델먼 국방부 국방정책차관보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 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도 약속이나 한듯이 '이슬람 왕국'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슬람 세력의 부흥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다수의 학자들과 전직 정부관리들은 냉전시대 정치권이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알 카에다가 새로운 이슬람 왕국 건설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부시 행정부가 알 카에다의 위협에 대한 실체적인 분석없이 위협만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 메릴랜드대학의 시블리 텔하미 교수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슬람 6개국에서 알-카에다의 목표에 동조하는 의견은 6%에 불과했다면서 알-카에다가 새로운 '이슬람 왕국'을 건설할 것이란 주장은 어리석은 위협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