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자본가(紅色資本家) 제1호'로 중국 재계와 정계에 큰 족적을 남긴 룽이런(榮毅仁) 전 중국 국가부주석이 26일 밤 베이징에서 사망했다. 향년 89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중국 현대 민족공상업자의 걸출한 대표,중화인민공화국의 전 국가부주석 룽이런 동지가 숙환으로 26일 밤 20시31분 베이징에서 서거했다"고 전했다. 1916년 장쑤성에서 출생한 그는 일찍이 실업계에 투신한 후 공산당 정부에 참여, 50년대 후반부터 상하이 부시장, 방직공업부 부부장 전국정협 부주석 등을 역임하면서 중국 경제개혁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신중국 성립 직후부터 방직업과 제분업 등 공상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폭넓은 활동을 펼쳤던 그는 전국공상연합회 주석을 지내기도 했다. 57년 당시 천이(陳毅) 부총리로부터 '붉은 자본가'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79년 스스로 국제신탁투자공사를 설립, 중국 최초의 대외개방 창구를 열었으며 86년에는 미국 포천지에 의해 중국 기업가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50대 저명기업가의 한 사람에 선정되기도 했다. 슬하의 4녀1남 가운데 '붉은 자본가' 2세 격인 아들 룽즈젠(榮智健·63)은 홍콩 중신타이푸그룹(中信泰富集團)의 회장이며, 그 역시 한때 중국의 100대 부호 중 2위, 홍콩의 10대 부호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항공 기초건설 부동산 및 전신사업을 아우르는 중신그룹의 최대주주는 아버지 룽이런의 국제신탁투자공사 홍콩법인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