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협상이 3일 우여곡절끝에 시작됐다. 이번 협상은 터키가 1959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신청서를 낸 지 무려 46년만에, 1963년 준회원국 자격을 얻은 이래 4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40년 이상의 오랜 세월에 걸쳐 EU 가입의 문을 두드려온 만큼이나 막상 협상이 시작되는데 따른 진통도 못지않았다. EU 외무장관들이 터키에 회원국 자격보다 한단계 낮은 특별협력국 지위를 주자는 오스트리아를 설득하는데에만 2-3일 이틀에 걸쳐 무려 30시간이 소요됐을 정도다. 뿐만아니다. 키프로스 승인을 비롯해 아르메니아인 학살사태 인정 문제 등 걸림돌도 적지않았다. 따라서 이번 협상이 시작된 것이야말로 회의적인 유럽인들에게 유럽의 일원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기 위해 오랜시간 힘들게 노력해온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에겐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 아울러 EU 측 입장에서도 터키의 가입이 EU의 국제적 영향력과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해온 터키가입 지자론자들로선 일단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힘겹게 시작됐음에도 불구, 최소 10년에서 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올리 렌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터키의 EU가입협상이 "길고 힘든 여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입협상은 정치개혁에서부터 관세동맹, 농업및 경쟁정책 등 여러분야로 나눠어 진행된다. 분야마다 터키 정부는 자국 법규를 EU의 기준에 맞게 뜯어 고쳐야 한다. 민주주의나 인권 원칙 중 어느하나라도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위반하게될 경우 협상은 당연히 중단된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찬반논쟁은 불이 붙을 것이고 키프로스 인정문제 등도 두고두고 속을 썪힐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터키 가입이야 말로 이슬람 국가와 기독교 세계와의 문명의 충돌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협상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법률을 개선시키려는 터키의 노력을 배가시키는 가외소득도 얻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EU 25개 회원국 정상들도 터키의 가입이 기독교 문명인 EU와 이슬람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게될 것이라며 가입협상 개시일에 합의했었다. 반면 반대파들은 터키가 유럽의 식구가 되기엔 너무 가난한데다 7천만명에 달하는 거대 인구 역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가난한 터키 노동인력이 대거 몰려들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프랑스와 네덜란드 EU헌법 부결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는 외무장관 회담에서 인구 7천만명의 가난한 이슬람 국가를 받아들이기엔 EU의 흡수능력이 모자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슬람 문화의 영향력을 증대시켜 유럽의 뿌리인 기독교 문명을 흔들 것이란 종교적 우려도 제시될 것이 분명하다. EU 역내 여론의 향방도 부담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25개 회원국 국민들의 터키 가입 지지율이 35%에 불과하다. 특히 터키가입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낮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는 찬반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또다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터키의 통치를 받는 북부와 그리스계의 남부로 나뉜 키프로스에 대한 승인문제와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 인정문제도 협상과정 내내 골치를 썩일 전망이다. 터키는 지난해 5월 그리스의 도움으로 EU에 가입한 남키프로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세기 최초의 대량학살 사건으로 불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터키 제국에 의해 자행된 아르메니아인 1백만명 이상 학살사건에 대해서도학살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 정부는 EU 일원이 되기 앞서 자국내에서 정치적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이들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한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