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한 기민련(기민당과 기사당 연합)과 집권여당 사민당 간 대연정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연정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당 간 힘겨루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기민련의 앙겔라 메르켈 총재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만큼 연정은 기민련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민당은 단독 정당으로는 최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연정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맞서 있다. 차기 총리 자리는 연정을 주도하는 당에서 차지할 것이 확실시돼 양당은 한치 양보 없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민련과 사민당은 연정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단은 양당 간 대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기민련 관계자는 20일 "사민당 지도부와 연정 협상을 위해 22일 회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민련은 이날 베를린에서 당대회를 열어 총선에서 메르켈을 차기 총리 후보로 추대한다고 재확인했다. 참석한 당원의 98%가 그를 지지했다. 메르켈은 여세를 몰아 사민당과의 연정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태세다. 사민당도 대연정으로 기울고 있다. 프란츠 뮌테페링 당수가 총선 전부터 대연정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당내 중진의원들도 잇따라 대연정을 선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사민당은 현재 연정파트너인 녹색당의 요슈카 피셔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야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기민련과의 대연정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여전히 사민당이 연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