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은퇴란 없다. 왜냐하면 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나에게 일은 또 하나의 스포츠다." '월가의 살아 있는 전설' 존 슬레이드의 부고를 전한 로이터통신은 12일 그가 생전에 했던 이같은 말로 여운을 남겼다. 하키를 사랑한 열렬한 운동선수이자 뛰어난 증권맨이었던 슬레이드는 전날인 11일 저녁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지녔던 직책은 그가 70여년간 몸담아 온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이사회 명예의장. 베어스턴스는 이날 제임스 케인 최고경영자(CEO)와 앨런 그린버그 전 CEO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오랫 동안 근무했던 직원'이란 표현으로 그의 사망을 애도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운동을 한 뒤 베어스턴스에 출근했던 그는 죽기 전까지도 고객들을 위해 정력적으로 시장을 지켜봤다"고 베어스턴스는 전했다. 유대인인 슬레이드는 젊은 시절 독일 국가대표급 하키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으나 히틀러를 피해 1936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곧바로 베어스턴스에 입사,2차 세계대전으로 군복무한 것을 제외하곤 평생을 베어스턴스에 몸담아왔다. 집념과 열정의 사나이였던 슬레이드는 입사 뒤에도 운동을 계속해 결국 48년 런던올림픽에 40세의 나이로 필드하키 미국 대표로 출전하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