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치권 위기로 입지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각종 소문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26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궁에서 경제관료와 기업인으로 구성된 경제사회개발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권 위기에 맞서 인내심을 갖고 국가원수로서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나는 전직 대통령들처럼 사임하거나 쫓겨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룰라 대통령은 45분여에 걸쳐 정치권 위기에 대한 소감을 밝힌 뒤 비장한 표정으로 불명예스러운 길을 걸었던 전직 대통령들을 거론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전직 대통령들은 자살, 사임, 축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국정을 운영한 인물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브라질 대통령 가운데 제툴리오 바르가스 전 대통령(1930~45년, 1951~54년2차례 재임)은 자살을 택했고 자니오 콰드로스 전 대통령(1961년 1~8월)은 스스로 사임했다. 또 조앙 고울라르트 전 대통령(1961~1964년)은 군부세력에 의해 축출됐으며,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 전 대통령은 측근들의 부패 때문에 의회의 탄핵을 받아 집권 2년을 앞두고 1992년 12월 29일 사임했다. 룰라 대통령이 좌표로 삼겠다고 말한 사람은 주셀리노 쿠비츠셰크 전 대통령(1956~1961년)으로, "최대한의 인내심으로 정치공세에 굴하지 않고 임기를 끝까지 마친 그의 뒤를 따르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당시 언론은 쿠비츠셰크 전 대통령에게 '강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했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브라질 국민이 그의 업적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면서 "쿠비츠셰크 전 대통령은 역대 좌ㆍ우파 전직 대통령들의 표상이 되고 있으며 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1995~2002년)은 룰라 대통령이 폭로 정국을 완전히 비켜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재선 전략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