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이 2012년 하계 올림픽 개최 티켓을 거머쥐게 되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엇갈린 명암이 화제가 되고 있다. 블레어는 그동안 티격태격해온 유럽연합(EU) 헌법 및 예산안 처리가 자신의 의도대로 풀려 나가는데 이어 올림픽 유치경쟁에서도 시라크를 따돌렸다. 시라크는 하는 일마다 꼬이는 반면 블레어는 술술 풀리는 형국이다. 201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경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6일 런던의 손을 들어 주기 직전까지만 해도 파리에 유리한 판세였다. 런던으로선 막판 대역전승이었던 셈이다. 올림픽 유치의 공(功)은 블레어에게 돌아갔다. 그는 IOC 총회가 열린 싱가포르에 지난 3일 일찌기 도착,IOC위원들을 일일이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시라크는 블레어보다 이틀 늦은 5일에야 싱가포르에 들어와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시라크의 꼬이는 행보는 EU헌법 부결이 시발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당시의 높은 인기를 과신해 의회에서 표결 처리해도 되는 EU헌법안 비준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호기를 부리다 지난 5월 말 국민투표 부결로 큰 상처를 입었다. 시라크로선 정치적 자살골을 넣은 셈이다. 반면 EU헌법이 부담이었던 블레어는 프랑스 부결을 계기로 국민투표를 무기한 연기하는 명분을 얻었다. 결국 EU헌법 비준과정에서 시라크의 대통령 3선 도전(2007년)은 물거품이 된 반면 조기 퇴진론에 몰리던 블레어의 입지는 오히려 단단해졌다. 이들은 EU 차기 예산안(2007~2013년)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해 있다. 블레어는 농업보조금의 최대 수혜국인 프랑스를 겨냥,보조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으며 시라크는 영국의 분담금 환급을 동결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블레어는 회원국 인구의 5% 정도가 종사하는 농업분야에 예산의 40%를 지원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신의 주장에 동조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고무된 상태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