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운동가 5명이 스위스의 민간단체가 추천하는 올해의 노벨평화상 공동후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의 민간단체인 '노벨평화상 2005재단'이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여성 공동추천후보 1천명 가운데 한국의 경우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회장을 포함한 5명이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여성으로는 이밖에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이현숙. 김숙임 대표, 정유진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 이철순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 신혜수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대표 등이 올라 있다. 재단측은 1천명의 공동추천후보 명단을 이미 노벨상위원회에 제출했다면서 곧 이들의 신상정보와 활동상을 수록한 책자를 만들어 올 연말 전세계에 배포하고 사진과 출판물을 소개하는 순회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2005'재단은 노벨상위원회로부터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질을 받고 있지 않다면서 확실한 것은 이미 추천이 확정된 다른 197여명의 개인.단체들과 경합해야 한다는 사실 뿐이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해당 여성들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며 여성운동에 대한 관심을 고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수상에 실패하더라도 결코 실망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극복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3년 8월 베르모드 만골트 스위스 연방상위원을 포함한 14개국 여성대표들의 주도로 결성됐다. 재단은 지난해 3월 인도의 뉴델리에서 첫 모임을 갖고 각 지역별 후보 지명 쿼터를 책정했다. 이와 함께 후보는 반드시 인권 증진과 어린이 보호, 빈곤추방, 기타 평화증진 활동에 기여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재단은 이후 모두 150여개국에서 모두 2천여명의 여성 후보를 추천받았으며 수개월간의 심사 끝에 지난해 10월 1천명으로 압축했고 올해 1월말 노벨평화상 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했다는 것. 추천과정에서 상당수의 여성들이 신변상의 위협을 이유로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거나 지명을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측은 1천명의 후보 가운데 약 45%는 일선에서 활동한 여성들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리스트에 오른 여성을 보면 지역 안배가 고려된 듯, 인도가 91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이 81명이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미국 등도 제법 많은 후보를 배출한 국가에 속한다. 일본은 6명이었으며 북한은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재단을 이끌고 있는 만골트 의원은 공동추천의 배경에 대해 "평화란 일상적인 바탕에서 이뤄지는 중단 없는 노력이며 하나의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다. 평화란 한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일회성의 극적인 이벤트도 아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 위험한 여건에서 복구와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 고문과 살인, 납치를 한 목소리로 규탄하는 사람은 주로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구상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평화를 위해 헌신중인데도 여태껏 노벨평화상은 대부분 남성들에게 돌아갔다는데 분노했다는 것이 만골트 의원의 변이다. 실제로 역대 노벨평화상은 80명의 남성과 20개의 단체에 돌아갔고 여성 수상자는 10명에 지나지 않는다. 2005년은 노벨평화상의 첫 여성수상자(베르타 폰 쥐트너)가 탄생한 지 100주 년이 되는 해. 1901년 노벨평화상이 제정된 이후의 여성 수상자로는 테레사 수녀(1979년), 아웅산 수지 여사(1991년), 조디 윌리엄스(1997년)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