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지진해일이 일어난 지 여섯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26일 지진해일 직격탄을 맞은 남부 안다만해 6개주의 관광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아 현지 주민들은 생활고를 호소하고 국가경제에도 주름살이 생기고 있다. 지진해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다시피한 푸껫과 크라비, 팡아 등 안다만해 국제 휴양지가 예전 모습을 되찾으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들이 많다. ◇ 태국 경제 후유증 얼마나 크나 = 올해 성장률이 5% 미만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BOT)은 당초 5.25∼6.25% 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5∼5.5%로 낮춘 데 이어 추가 하향 조정 방침을 밝혔다. 국책연구원인 국가경제사회개발원(NESDB)도 성장률 전망치를 4.5∼5.5%로 1%포인트 낮췄다. 태국 최대 은행인 방콕 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4∼5%로 낮췄고 카시콘 은행 산하 카시콘 연구소는 4.6%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말께 다시 하향조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1분기 성장률이 작년 동기보다 0.6% 포인트 떨어지는 등 성장세 둔화 조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고유가와 가뭄 피해 등과 함께 지진해일 후유증에 따른 관광 수입 감소도 성장률 둔화 요인으로 꼽혔다. NESDB는 올 하반기에는 실적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남부 안다만해 관광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한데다 고유가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아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 안다만해 관광지 언제쯤 `영화' 되찾을까 = 관광청(TAT) 등 태국 관광 당국과 민간 관광업계가 지난 6개월간 재기에 안간 힘을 썼으나 푸껫과 크라비,팡아 등 지진해일 피해가 극심한 해변 휴양지가 제모습을 찾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우울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팡아주의 상황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5천400명에 이르는 태국내 지진해일 사망자 대다수가 팡아주에서 나올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복구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아 참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푸껫과 크라비의 경우 장사가 되든 안되든 전체 호텔의 90%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팡아주는 영업을 재개한 호텔이 40%도 채 안된다고 한다. 특히 40여 곳이나 되던 별 다섯개 짜리 특급 호텔 가운데 다시 문을 연 곳은 1개 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태국 관광 당국은 푸껫 등의 주요 고객이었던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나라와 스웨덴과 영국 등 유럽국 여행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 6개월 간 무진 애를 썼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들 나라를 대상으로 현지 방문 `로드 쇼'를 벌이거나 여행 관련업계 관계자들을 초치해 "안다만해는 정상을 되찾았다"고 설득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기만 하다. 11월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의 호텔 예약률이 80% 정도는 돼야 수지를 맞추는 데 40% 선밖에 안된다. 푸껫의 경우 전체 사업체의 90% 가량이 관광업과 연결돼 위축된 관광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전체 지역 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현지에서는 내년 후반기에 가야 푸껫 등 안다만해 관광업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태국 정부 지금은 뭐하고 있나 = 지진해일 후 6개월 간 태국 정부는 실종자 수색과 시신 신원 확인, 피해 현장 복구와 생존자 지원 및 지진해일 재발생 대비 체제 구축 작업에 매달려 왔다. 피해 현장 복구 작업의 경우 푸껫은 `외형 복원'이 상당히 이뤄졌지만 팡아 지역은 피해 범위가 훨씬 넓어 어디서부터 손을 댈 지 아직도 고민하는 상황이다. 팡아주(州)내 최대 휴양지인 카오락은 거의 초토화된 상태여서 복구에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도 얼마나 더 걸릴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아직 2천구 가량의 시신이 신원 확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푸껫에 설치된 `태국 쓰나미 희생자 신원확인센터'(TTVI)가 시신 신원 확인 작업을 하고 있으나 유전자 감식 절차 등이 늦어져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태국 정부가 지진해일 이후 가장 신경을 썼던 것 중 하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난 경보 센터를 태국에 유치하는 일이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탁신 치나왓 총리 정부는 우선 독자적인 재난 경보 센터를 방콕 인근 지역에 설립, 최근 문을 열었고 안다만해에는 경보 타워 설치 등 경보 시스템 구축을 추진중이다. 아울러 현지 주민들에 대해 재난 대비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지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조기경보 체제를 완벽히 갖추는 것이 관광 경기 회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조성부 특파원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