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북한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중단과 핵무기 보유를 발표했을 당시 중국 당국은 당황했다.

춘제(春節ㆍ설)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이런 발표 사실을 북한측으로부터 사전 통지받지 못한 중국 지도부는 뒤통수를 맞은 것같은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중국 당국은 그러나 미국, 한국 등의 압력 속에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다.

이를 위해 9일만인 2월 19일 평양을 긴급 방문한 것은 외교부 관리가 아니라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이었다.

왕 부장은 북한 노동당 초청 형식으로 나흘간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조속 복귀를 촉구하는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작년 4월에 있었던 김 위원장의 방중도 초청측은 중국 정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이었고 그의 방중 기간 의전과 실무를 수행한 기관 역시 외교부가 아니라 당 대외연락부였다.

중ㆍ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5월 관계 회복의 총대를 멘 것도 당이었다.

후 총서기는 국가주석이 아닌 당총서기 신분으로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과 연립 여당인 후유시바 데쓰조(冬柴鐵三) 간사장을 베이징으로 초청, 양국 관계의 회복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 조직인 국무원 외교부가 정식으로 나서기 곤란한 문제에 당이 대외연락부를 선봉으로 총대를 메는 본보기들이다.

당 대외연락부의 활약상을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에는 두 개의 외교기관이 있다고 말한다.

차오양(朝陽)구에 웅장한 외교부가 있다면 톈안먼(天安門) 부근에 16층짜리 당 대외연락부가 있다는 것이다.

대외연락부가 막강한 외교력을 발휘하는 배경은 중국이 공산당 지배 사회인데다 당이 그동안 사상과 정치체제에 관계없이 세계 각국의 모든 정당과 우호ㆍ협력 관계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 대외연락부 연구실 두옌링(杜燕凌) 부주임은 22일 한 세미나에서 중국 공산당은 세계 160여개국 400여개 정당ㆍ단체와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류 범위는 공산당, 사회주의당 등 좌익 뿐만 아니라 자유, 보수, 민주 등 우익 진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집권 여당은 전체 교류의 3분의 1선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5월 방중,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당ㆍ정 지도부와 회담한 것도 공산당 초청으로 이뤄졌다.

공산당은 대만과의 양안 관계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만 제1야당 국민당 롄잔(連戰) 주석과 제2야당인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주석이 방중, 후 주석과의 역사적인 회담으로 양안 관계사에 이정표를 세운 것도 공산당이 주도했다.

이런 막강한 외교적 배경을 가진 대외연락부의 사령탑 왕자루이 부장이 22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오는 7월 새로운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이다.

이는 한국, 일본 등에서 나오고 있는 6자회담 7월 개최설과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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