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총선 최종 4단계 투표에서 반(反)시리아 야당연합이 압승했다고 현지 방송들이 야당연합 발표를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야당연합의 발표가 확인될 경우, 반시리아 야당진영은 1975-1990년 내전이후 처음으로 의회를 장악하게 된다. 이번 총선은 시리아군의 완전 철수에 따라 30년만에 처음으로 자유로운 축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또 레바논 선거 사상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공정 선거를 감시했다. ◇ 야당연합 `압승' 주장 = 폭탄테러로 암살된 라피크 알-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 사아드 알-하리리가 이끄는 야당연합은 전체 128석 가운데 28석이 걸린 북부지역을 휩쓰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고 방송들은 전했다. 야당연합 후보로 출마한 부트로스 하르브는 하리리 전 총리 소유의 `퓨처 TV' 회견에서 "비공식 개표 결과 우리가 완승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진영의 발표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투표가 실시된 북부지역에서는 100여명의 후보들이 출마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정치 소식통들은 예상했었다. 하르브 후보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3단계 투표까지 이미 44석을 확보한 미래운동은 과반의석을 뛰어넘는 72석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야당연합이 총선 전에 기대했던 3분의 2 의석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반시리아 야당 진영이 의회 과반의석을 확보하기는 1975-1990년 내전이후 처음이다. ◇ 치열한 경쟁 속 높은 투표율 = 4단계 투표가 치러진 북부지역은 후보들이 난립해 경쟁도 치열했고 종파간 긴장도 한층 고조돼 있었다. 5년전 총선 당시 북부 지역의 투표율은 겨우 40%였으나 이번 총선 투표율은 49%를 기록했다. 투표는 오전 7시에 시작돼 오후 6시 종료됐다. 공식 개표 결과는 20일 정오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방송들은 비공식 개표결과를 시시각각 보도했다. 4단계 투표는 레바논의 정치구도를 판가름하는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 차기 총리를 노리는 하리리는 4단계 투표가 "레바논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친시리아 진영은 하리리의 반시리아 연합에 맞서 과거 시리아의 숙적이었던 마론파 지도자 미셸 아운과 연대했다. 아운 지지세력은 지난주 마운트 레바논 지역에서 치러진 3단계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하리리 진영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 총선 후 정국 향방 = 지난달 29일의 1단계 베이루트 선거에선 하리리가 이끄는 반 시리아 야당 후보들이 19석 모두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5일 2단계 남부지역 투표에서는 친시리아 및 반미ㆍ반이스라엘계 헤즈볼라-아말 연합이 23석 모두를 석권했다. 58석이 걸린 지난 12일의 3단계 중동부 지역 투표에서는 아운 전 총리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승리했다. 공식 개표결과, 반시리아 여당연합이 그들의 주장과 달리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의회는 하리리의 반시리아 블록과 아말-헤즈볼라 연합의 친시리아 블록, 아운 전 총리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새로운 블록으로 3분된다. 3단계 투표까지 확정된 진영별 의석 수는 반시리아 연합이 44석, 친시리아 아말-헤즈볼라 연합이 35석, 아운 지지세력이 21석으로 집계됐다. 만일 하리리 진영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반시리아 세력과 제휴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의회는 친시리아계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거취와 헤즈볼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장해제 요구 등 민감한 정치사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