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차기 총선 풍향을 가늠케 해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ㆍNRW주)의 주의회 선거 투표가 22일 시작됐다. 독일 인구의 20%와 주요 산업체들이 밀집한 NRW주는 사회민주당이 지난 1966년 이래 줄곧 장악해온 곳이지만 최근의 각종 여론 조사 결과들은 모두 보수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이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인 지난 18일 실시된 NRW 유권자 상대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 지지율은 36%인 반면 기민련 지지율은 43%였다. 사민당의 연정 상대인 녹색당과 기민련과 손잡을 자유민주당 지지율은 각 7%로 같았다. 여론 조사가 그대로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경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은 39년 만에 처음으로 전통적 아성에서 패배하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아울러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赤綠)연합이 내년 가을 연방 총선에서 승리, 3연속 집권한다는 꿈은 깨지고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과 자유민주당의 흑황(黑黃)연합이 8년 만에 권력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22일자 관련 기사의 제목을 "NRW주 선거 오늘 실시 - 베를린(연방정부)가 흔들린다", 일간 타게스 슈피겔은 " NRW주의 39년 간 사민당 집권 시대는 끝나는가"로 각각 달았다. NRW주 선거 투표는 22일 오후 6시(한국시간 23일 오전 1시) 끝나며, 신뢰할 만한 출구조사 결과는 이보다 1-2시간 뒤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사민당이 걸고 있는 유일한 희망은 페르 슈타인벡 주지사의 높은 개인 인기도가 선거 결과에 반영되는 것이다. 슈타인벡 주지사의 지지율은 52%로 기민련 유르겐 뤼트거 후보의 지지도 30%를 압도하고 있다. 선거 직전에 실시된 두 차례의 주지사 후보 TV 토론 이후 슈타인벡의 인기가 더 높아지는 추세이며, 전반적인 정당 지지도와 181개 주의회 의원 선거구의 투표 결과가 다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사민당측의 희망 섞인 전망이다. 반면 안겔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는 이번 선거결과는 지난 11차례의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적녹연합의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재확인시켜주고 기민련의 내년 총선 승리를 예고해줄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느긋해 했다. 사민당 지지율이 5년 전에 비해 7% 가량 떨어진 반면 기민련 지지율은 6% 늘어난 배경은 무엇 보다도 침체된 경제다. 500만 명에 달한 실업자 수는 적녹연합이 지난 1998년 연방 하원 선거에서 승리, 집권할 당시에 비해 100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슈뢰더 정권은 과도한 복지의 삭감과 해고규제 완화, 소득세 인하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도입했으나 이러한 개혁 정책들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살기가 더 어려워진 서민들은 정권에 반감을 갖게 됐으며, 특히 슈뢰더 정권의 우파적 정책에 실망한 사민당 전통적 지지층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