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의 뉴욕 채널을 가동한 것이 당장 6자회담 재개의 청신호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언론과 워싱턴의 소식통들은 지난 13일 조셉 디트러니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와 제임스 포스터 한국과장이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찾아가 박길연 대사 및 한성렬 차석대사를 만난 것이 지난해 12월 이후 닫혔던 뉴욕채널이 다시 열린 일이어서 '드문' 케이스라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미국이 전혀 새로운 입장을 개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CNN은 지난 주 북한의 핵연료봉 인출 완료 발표 등 핵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때에 "미국이 아무런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뉴욕 회동이 이뤄지고 이틀 뒤 스티븐 해들리 미국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CNN 등에 출연, 북한의 핵실험시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로 볼 때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지난해 6월 6자 회담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뉴욕 채널이 6자 회담이 중단된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가동된 사실을 이례적으로 확인하면서 앞으로도 "또 뉴욕 접촉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북한측을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모양새를 계속 갖추겠다는 의도를 보인 셈이다. 갑작스런 뉴욕 채널 가동의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새로운 입장은 없다", "북한이 (언론 매체를 통해) 우리의 정책과는 다른 것을 읽고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필터 없이' 확실히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뉴욕 채널이 "유용하다고 느꼈다"고도 말했다 아무튼 앞서 국무부가 폐연료봉 관련 발표 직후 "뉴욕 채널에 현재로서는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거의 곧바로 뉴욕 채널 가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당시 바우처 대변인은 "도발적인 언행은 북한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까지 보였었다. 뉴욕 채널 가동을 통해 미국으로는 모처럼 변화된 자세를 보였으나 내용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이 내세우는 양자회담 요구 등에 대해 새로운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뉴욕 채널이 5개월여만에 가동됐음에도 정작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주권국가'라는 등의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북한으로 볼 때 이 말은 '목포는 항구다'라는 말 처럼 뻔한 사실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이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딕 체니 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으나 체니 부통령이 "독재자와는 대화를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는 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