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가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56)에 대한 터키법원의 재판이 불공정했다는 판결을 내리자 터키 정부는 12일 이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인 정의개발당의 덴지르 미르 메흐멧 피라트 부총재는 "터키는 법치국가로서 법률이 요구하는 관련 절차를 따를 것"이라며 "각국이 한 테러리스트 사건의 재검토를 원한다면 터키 사법부는 독립적으로 이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터키 사법당국에 의해 반역 및 분리주의운동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 지도자 오잘란에게 6년만에 재심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12일 최종심리 표결에서 11대6으로 오잘란을 재판한 터키보안법원에 군 판사가 참석, 독립적이고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국제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재판소는 이어 오잘란에 대한 재판을 재개하거나 그의 재심을 허용하는 것이 국 제조약 위반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최고 인권감시기구인 재판소의 결정은 46개 회원국 모두에 구속력을 가지 며 최종판결인 이번 결정은 오는 10월 유럽연합(EU) 가입을 준비하고 있는 터키 정부에 상당한 압력이 되고 있다. 올린 렌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이와 관련, "유럽평의회 회원국으로서, 또 EU 회원국 후보로서 터키는 인권재판소 결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터키내에서는 오잘란의 15년간에 걸친 무장 독립투쟁으로 3만7천명이 숨졌던 과거를 상기시키며 재판소 결정과 터키 정부의 조치에 대해 격렬한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오잘란은 78년 공산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쿠르드노동자당을 창설한뒤 84년부터 터키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등 터키 정부를 상대로 유혈 독립전쟁을 벌였던 인물로 해외 망명지를 찾아 다니다 1998년 11월 로마에서 체포돼 터키 정부로 인도됐다. 오잘란은 재판 이후 터키 정부가 EU 가입의 걸림돌로 거론된 사형제를 폐지한 뒤 가석방이나 감형이 없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수감 중이다. (앙카라 AFP=연합뉴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