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미스터 앤드 미시즈 스미스 (Mr. and Mrs. Smith)'의 다음달 개봉을 계기로 영화속 남녀 주인공들의 실제 염문이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함께 해변에 있는 장면이 연예 주간지에 게재되는 등 두 사람이 연인 사이임은 거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다시피 했지만 피트와 졸리는 자신들의 관계를 공식 시인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파파라치들에게는 이들의 염문을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을 잡는 것이 최대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과거 역사를 살펴볼 때 주인공들이 실제로 사랑에 빠지는 경우 특히 주인공들 가운데 한명이라도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라면 흥행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수가 많았다고 9일 지적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60년대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했던 영화 '클레오파트라(Cleopatra)'. 당시 각각 다른 짝이 있는 유부남과 유부녀였던 이들은 '클레오파트라'에 함께 출연한 것을 계기로 거창한 염문을 뿌렸으나 막상 영화의 흥행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최근에는 유부녀였던 매그 라이언이 영화 '프루프 오브 라이프(Proof of Life)'에 함께 출연했던 러셀 크로와 사랑에 빠졌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두 사람의 염문 역시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경우 가운데서는 실제의 연인이었던 매트 딜런과 카메론 디아스가 출연했던 '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y)'가 가장 나은 흥행실적을 올린 영화로 꼽힌다. 영화 매출 실적 분석 업체인 박스 오피스 모조의 브랜든 그레이 사장은 "영화에 나오는 스타들의 이야기가 너무 부각되면 막상 영화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미 지겨워진 상태가 된다"면서 "영화 주인공들이 실제로 사랑에 빠질 경우 흥행 성적은 실망스러운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스터 앤드 미시즈 스미스'의 경우 이런 속설대로 흥행성적이 결정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 걸린 것이 많다. 이 영화에는 제작비만 1억달러가 투입됐고 이와는 별도로 마케팅 비용으로 3천만~4천만달러가 들어갈 예정이다. 거액의 돈이 투입된 영화인만큼 제작사인 리젠시 엔터프라이시스는 피트와 졸리의 염문설로 인해 영화의 흥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영화 예고편이나 TV 광고도 남녀 주인공의 정사장면보다는 영화속 액션이나 유머를 더 강조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또한 당사자인 피트와 졸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애매하게 말하고 있고 두 사람의 '뜨거운 장면'도 아직까지는 언론에 포착되지 않아 두 사람의 염문설은 그야말로 '설'에 그치고 있을 뿐 '스캔들'로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다. 유일하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을 잡은 연예 전문 `주간 어스(Us Weekly)'의 사진에서도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잡거나 포옹한 모습도 아니고 그리 다정해 보이지도 않는다. 일각에서는 '연기'만 솔솔 피어 오르고 있지만 '결정적 물증'이 없는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고도의 영화 마케팅 전략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두 사람의 '진짜 관계'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는 팬들은 결국 극장을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간 어스'의 재니스 민 편집장은 "우리는 피트와 졸리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은 사진사가 어떻게 그들의 행방을 알아냈는지에 관해 모른다"면서 "만일 그 사진이 연출된 것이라면 그들이 진한 애정을 표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