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사진)가 지난 5일 실시된 총선에서 3기 연속으로 집권하는 데 성공했지만 소속정당인 노동당으로부터 조기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유럽 언론들이 9일 일제히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가 퇴진할 경우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임명했던 프랭크 돕슨 전 보건부 장관은 이날 "블레어 총리가 총선을 지휘하지 않았더라면 노동당의 의석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로빈 쿡 전 외무장관도 블레어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블레어 총리가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총선과정에서 지도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총선에 출마했던 노동당 후보들은 대부분 블레어 총리의 얼굴 사진을 선거용 브로셔에 싣지 않았다. 블레어 총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지역구 후보들의 자체 판단에서다. 유럽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의 사퇴시기는 영국 정치일정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은 오는 7월 서방선진국 8개국 정상회담을 주최하고 올해 말부터는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순회 대통령직을 맡게 될 예정이다. 블레어 총리가 내년 초로 예정된 유럽헌법 지지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늦어도 올해 말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블레어 총리를 지지하는 노동당 소속 장관들은 사퇴 압력을 일축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