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연속 집권이 유력시 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최대 과제는 레임덕 해소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블레어 총리는 1994년 노동당 당수가 됐다. 그는 좌파 이념을 바탕으로 우파의 가치관을 긍정하는 `제3의 길'을 내세우며 노동당을 혁신해 97년 만년 야당이었던 노동당을 18년만에 집권당으로 만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집권 초기 블레어의 개혁은 찬사를 받으며 순조롭게 진행됐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했으며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과 공동으로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에 금리결정권을 부여하는 등 정치ㆍ경제개혁을 과단성있게 단행했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분배를 강조했고 친기업적인 경제정책을 지속해 세계 경제의 부진 속에서도 영국 경제만은 호황을 구가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런 실용주의적 개혁은 2001년 재집권으로 이어졌다. 집권 2기 후반은 그러나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무상에 가까웠던 대학교육을 유료화하고 무상의료제도(NHS)에 반하는 민영병원 설립을 추진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집권 2기 최대의 논란거리는 단연 이라크 전쟁 참전이었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파병에 정치 생명을 거는 일대 도박을 단행했다. 국민적 반대 여론 속에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위협을 과장했다. 위협 과장 의혹을 보도한 BBC 방송과 격돌해 BBC 이사장과 사장이 동반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이후 폭로된 노동당 정부 내부 문건은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국민을 오도했음을 확인했다. 블레어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25%로 떨어졌다. 분석가들은 이로 인해 블레어 총리가 3기 연임에 성공해도 재임기간 내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집권과 동시에 레임덕에 빠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이 부각되면서 지지도가 급락하자 블레어 총리는 3기 임기 중반에 브라운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락세였던 노동당 지지도는 곧바로 상승세로 반전했다. 블레어 총리가 3기 연임에 성공한 뒤 브라운 장관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인지 는 아직 불투명하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유세를 하고 있지만 블레어 총리의 언급은 "브라운 장관은 훌륭한 총리감"이라는 것에 불과하다.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블레어 총리는 3기 임기를 모두 채우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당권투쟁이 본격화하고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언론은 블레어 총리가 막판까지 권력유지를 시도하겠지만 3기 임기 2~3년 이내에 지도력을 급격히 상실하면서 브라운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레어 총리의 최대 치적은 장기 경제 호황으로 꼽힌다. 8년째 계속되고 있는 3% 가까운 경제성장이 장기집권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집권 3기에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 정권 아래 장기 호황은 소비 증가가 주도했다. 집권 이래 집값이 165% 급등해 `부자 효과'가 나타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고 저금리 기조 및 공격적인 재정정책으로 돈이 풀리면서 내수가 호조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균형상태를 유지했던 재정은 2004년 GDP 대비 2.9% 적자로 전환했다. 저금리 현상 속에 소비붐이 지속되면서 1997년 9.4%였던 저축률은 2000년 5.0%로 떨어졌다. 집권 3기에는 장기 호황에 가려졌던 이런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표출하면서 급격한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 집값 하락, 긴축재정 등으로 급격히 침체될 가능성이 있는 경기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가 중대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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