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시위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는 "다시는 전쟁을 벌이지 않기로 다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이 주장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29일 미국 뉴욕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재팬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에서 "과거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 국민의 감정을 이해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 관해 오해가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 목적은 "다시는 전쟁을 벌이지 말자는 결의를 다지고 전쟁에 동원된 희생자들을 기리며 오늘의 일본이 있기까지에는 그들의 희생이 큰 역할을 했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일본에게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라면서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양국간 '셔틀 정상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무라 외상은 "지난 수년간 구축해온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일제의 식민지배를 사과하거나 독도ㆍ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한국내 반감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치무라 외상은 "미래지향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중국을 방문한 자신과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 지도자들과 더불어 양국 관계 증진의 필요성에 관해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엔 개혁과 관련해 마치무라 외상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효율적일뿐만 아니라 더욱 대표성이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더욱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마치무라 외상은 "국제사회, 특히 미국은 유엔의 개혁이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개혁된 유엔은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이는 미국이 일방적인 정책을 추구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치무라 외상의 이와 같은 지적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면서도 안보리 이사국 확대를 비롯한 유엔 개혁에 미온적인 미국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마치무라 외상은 일본이 개발도상국,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대외개발원조(ODA) 등을 통한 경제지원에 앞장서온 것은 물론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민주화에서 중동평화과정에 이르기까지 세계 평화와 안보에 관한 역할을 확대해 왔다고 역설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자격이 충분함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뉴욕에 머무는 동안 코피 아난 사무총장, 장 핑 유엔 총회 의장 등 유엔 지도자들과 각국 대표들을 만나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마치무라 외상은 또 워싱턴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일본의 안보리 진출과 북핵문제, 미일 동맹 강화 등에 관해 협의하고 다음달 2일부터 열리는 유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