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ㆍ대만 분단 56년만에 베이징(北京)에서 2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롄잔(連戰) 대만국민당 주석이 만난다. 이들 양당 수뇌의 회동은 1945년 두 정당이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만난 뒤 60년만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른바 '제3차 국공(國共)합작'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두 정당 지도자는 기나긴 양당간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화해의 악수를 하고 새로운 양안 교류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롄잔이 대만 집권당 주석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두 정상이 회담에서 이뤄내게 될 합의가 양국 관계 개선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후-롄 회담 = 후진타오 총서기와 롄잔 주석의 회담은 29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오후 4시30분)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된다. 후 주석은 중국공산당 총서기 신분으로 회담에 나서게 되며, 두 정당 대표는 공산당과 국민당 간에 56년간 지속돼 온 적대상태의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49년 분단으로 일시 중단된 국공 내전이 사실상 종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당은 1991년 공산당이 저지른 반란을 척결하는 법을 폐기했지만 공산당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법적으로 따지면 양안은 아직도 내전상태에 있다. 이들은 회담을 마친 뒤 합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건의 형식을 '회담비망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공동인식'으로 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만 언론들은 롄잔 주석이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양안 관계의 이정표가 되는 공동의견 형식의 합의를 도출해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합의에는 ▲국공 화해로 양안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중국과의 접촉이 대만에 유리하다는 점을 대만국민에 알리며 ▲국공 합의가 대만 공권력을 침해하지 않고 집권 민진당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후-롄의 공동의견은 서명이 없어 공식 합의 성격은 아니지만 양안 관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후-롄 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공산당은 협상 가능하며 협상 후 성과도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언론들은 두 정상이 양안 교류 촉진을 촉구하는 '중대합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후-롄 주석은 60년만에 재개되는 제3차 국공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지는 않겠지만 양당 간의 대화 재개와 역사적인 은원관계 청산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공회담의 의미 = 국민당이 야당이란 점 때문에 공산당과의 합의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양안 화해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당은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을 표명, 앞으로 국민당의 정치 노선과 대만 정치판도에 많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롄 회담의 성사 배경을 보면 중국 지도부와 대만 국민당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대만 국민당은 롄잔 주석의 이번 방중을 평화여행(和平之旅)으로 이름붙였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진당에 정권을 내주고 제1야당으로 밀려난 국민당은 국공합작을 통한 양안 화해 카드로 올해 말 지방선거와 2008년 총통선거에서 기선을 잡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독립을 내세우는 민진당을 고립시키고 야당과 긴밀히 교류함으로써 향후 대만내 정치판도가 달라졌을 경우 통일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도 반국가분열법 제정으로 빚어진 양안 경색을 해소하는 한편 국공합작을 통해 국내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천명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내 반대 여론 = 집권 민진당은 롄잔 주석의 방중에 대해 국가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진당은 "정당 지도자들이 '하나의 중국'을 전제로 한 '92공식(共識)'을 인정해선 안 되며, 대만 공권력과 관련된 협상과 중국 정부의 대만 지방화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을 비롯한 대만 독립파 인사들도 롄잔 주석의 방중에 앞서 "조국을 팔아 넘길 천고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롄 주석을 강력히 비난했다. 리덩후이 전 총통은 롄 주석과 다음달 5일 방중 예정인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을 향해 "공산당과 손잡고 대만을 팔아 넘기려 하는 매국노"라고 말했다. 독립파 단체들은 롄잔이 방중길에 오른 26일 공항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이며 대만으로 영영 돌아오지 말라고 촉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