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중국 경제중심 상하이(上海)를 휩쓴 반일(反日) 시위 이후 불안감을 느낀 일부 일본사람들이 '한국사람'을 자처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다소 장난기가 섞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반일시위로 인한 일본인들의 충격을 대변하는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22일 "일본학생들이 상하이 시내를 나갈 경우 엉뚱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아예 택시기사들에게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어가 서툰 일부 일본인들은 영어로 대화하는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본어 사용을 자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반일 시위 이후 일본인들은 가급적 외부출입을 삼가는 등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실제로 시위 발생 전인 지난 9일에는 상하이의 한 식당에서 일본인 학생 2명이 있던 자리에 중국인들이 다가와 이들에게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를 물은 뒤 일본학생임을 알게 되자 맥주잔과 재떨이로 공격한 일이 있었다고 일본 정부측이 밝힌 바있다. 또 시위과정에서는 일본식당과 일본어학원 등이 시위대에 의해 공격당했다. 상하이 시내 소재 대학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일본인 주부는 "일부 중국인들이 일본인들을 공격한다는 소문이 퍼져있다"면서 "앞으로도 주재원 생활을 몇년간 해야하는만큼 일본인에 대한 반감이 빨리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영토분쟁이 현안으로 부각된 이후 중국에서는 과거 항일(抗日) 투쟁을 공유했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한국교민들은 "만나는 중국인들마다 '한국인들은 친구'라며 환영하고 있다"면서 "일본에 대한 반감이 한국에 대한 호감을 증폭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