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정책이 너무 느슨해 '국경을 폐쇄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결국 "실수였고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잇단 말 실수와 지나친 외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 온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지난 19일 미 신문협회 연차회의 초청연설에서 미국은 '국경을 폐쇄할' 필요가 있다며 "캘리포니아내 국경과 멕시코 접경, 미국내 모든 국경을 닫으라"고 주장, 여론의 공격을 받자 전날 "결론은 내가 말을 잘못했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 유감스런 일"이라고 말했다고 21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 언론이 전했다. 캘리포니아 남부와 애리조나 등 멕시코 접경은 물론 캐나다 국경까지 폐쇄해야 한다던 기세 등등했던 태도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셈이다. 이민단체들이 주지사 스스로 지난 1968년 오스트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출신이면서도 엉뚱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자 슈워제네거는 "전달이 잘못 됐다. 국경을 폐쇄하자는 것 보다는 오히려 우리 국경 보안을 강화해야한다는 점을 의미했던 것"이라고 둘러대면서 " (특히) 멕시코와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불을 껐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는 또 멕시코 이민자들을 의식한 듯 "나는 멕시코에서 네 차례나 영화를 찍었다. 멕시코 휴가를 즐겼고 멕시코는 아주 훌륭한 교역국이고 우리는 좋은 친구"라고 덧붙였다. 파비안 누네즈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은 슈워제네거의 국경폐쇄 발언에 "주지사는 이민에 대한 속좁은 접근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고 "부시 대통령조차 멕시코 접경 폐쇄안은 거부하고 있는데 주지사의 발상은 엉뚱하다. 국경폐쇄는 합리적 정책 결정자가 아닌 정치적 극렬분자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라고 혹독히 비난했었다. 이민자권익옹호단체와 민권운동단체들은 그러나 슈워제네거의 해명에 납득할 수 없다며 이날 샌프란시스코 서비스노동자국제노조 지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ㆍ멕시코 국경을 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앞뒤를 가리지 않는 무모한 공격'을 비난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