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개정이 필요한 법률들을 검토해 정부와 국회에 권고안을 내놓는 법률 위원회가 정자나 난자를 기증한 사람도 생물학적 자녀의 '제3의 부모'로 인정하자는 법률 개정 권고안을 내놓았다고 뉴질랜드 헤럴드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와 국회에서 이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동성애 커플들이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아 자녀를 가질 경우 어머니만 둘이거나 아버지만 둘이면서 법률적으로 부모 한쪽이 없는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권고안에 대해 동성애 커플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으나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가진 이성애 부부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동성애 커플들은 레즈비언 커플들이 게이의 정자를 기증받아 자녀를 가질 경우 법률적으로 정자를 기증한 게이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레즈비언 커플에게 정자를 기증해 이들 자녀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한 게이는 2주에 한 번씩 주말에 아이를 만나보고 있으나 현행 법 아래서는 자녀의 어머니와 성적 관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공수정을 위해 정자를 기증했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인 지위를 가질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법률 위원회의 프랜시스 조이차일드는 정자를 기증 받아 자녀를 가진 27명의 레즈비언 어머니와 20여 명의 정자 기증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며 정자 기증자도 자녀의 법적인 부모가 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이차일드는 "정자 기증자가 자녀의 아버지가 되고 싶다면 아이를 갖기 전에 서로 합의해 법적으로 그럴 수 있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아 자녀를 가진 가정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그랜트 페퍼는 "우리 부부는 딸 두 명이 아버지 둘을 갖게 됨으로써 혼란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룹의 다른 부부들도 자녀와 마음을 터놓고 얘기는 하고 있지만 정자나 난자를 기증한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정자나 난자를 기증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실질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부모가 되겠다는 생각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공수정 클리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자녀를 가진 일부 레즈비언 커플들도 자녀에게 모범적인 남자상을 보여주기 위해 정자 기증자를 찾기보다 다른 방법을 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률위원회는 또 아이들에 대한 친권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남자들의 DNA 검사를 의무화해 이에 불응했을 경우 2천500 뉴질랜드 달러의 벌금이나 3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