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선출된 로마 가톨릭교회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26년 간 교회와 전세계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 속에서 교회 안팎에 산재한 과제들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교황의 과제들은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평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루지 못한 과제들이 곧 새 교황의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큰 과제로는 가톨릭교회의 개혁이 꼽히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6년 간 많은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보수적인 노선으로 일관해 가톨릭 개혁에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시대 흐름에 맞춰 가톨릭의 기본노선을 크게 수정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교황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가 보인 보수적 노선은 개혁을 바랐던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스런 것이었다. 가톨릭교회 개혁의 초점은 성직자 감소 및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 대책 등과 관련한 성직자 개혁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직자를 남자로 제한하고 독신주의를 강조하는 보수적인 노선으로 이미 성직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여성의 성직 진출 문제는 논의조차 거절하고 독신주의를 강력히 고수했다. 그러나 성직자 감소 문제가 세계 각국 가톨릭교회에서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 새 교황은 이를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가톨릭교회 내외의 시각이다. 성직자 부족은 보수적 선교방식과 함께 가톨릭 신자 감소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종교사학자 오동 발레는 "19세기 기독교 선교사의 3분의2는 가톨릭이었고 그중 절반이 프랑스인이었으나 지금은 75%가 미국인이고 대다수가 감성에 호소하는 신교 복음주의교회"라며 이에 대한 대응이 새 교황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나라 신학자들은 새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 과제로 '서구 문화와 그리스도교 가치의 충돌 해결'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 그리스도교권 지역에서의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 등을 꼽았다. 새 교황은 또 최소 16개국에서 표면화되고 사회적으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 등과 관련한 개혁 요구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기간 내내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른 종교와 관계 개선 문제도 새 교황의 과제로 꼽힌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슬람 사원 방문과 러시아 정교회, 유대교 등과 교류 추진 등으로 다른 종교와 화해에 노력을 펼쳤으나 현재 서구와 이슬람 세계는 극심한 분열에 빠져 있고 세계는 새 교황에게 화해의 전도사가 돼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밖에 세계 가톨릭 신자의 절반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현실에 맞춰 교회 성직자단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와 에이즈 확산에 따른 콘돔 허용 등 성에 관한 문제, 생명공학과 의학 발전에 수반된 윤리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 등도 새 교황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