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2백65대 교황에 선출된 베네딕트16세는 신부 부족 등 교계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현대 사회와 종교 교리의 조화를 이뤄내야 하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고 요한 바오로 2세는 개인적 카리스마와 도덕적 권위로 가톨릭을 이끌며 공산주의 붕괴에 큰 역할을 했으며 가톨릭 신자수를 40%나 늘리는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새 교황은 이같은 전임 교황의 성과를 바탕으로 가톨릭 교리 해석을 둘러싼 진보세력과 보수세력간 갈등,교회의 역할,사회와의 조화 등과 관련,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부 부족과 교회의 돈가뭄 해소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지난 1950년대 미국에서는 신자 6백50명당 한 명의 신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부 한 명당 신자수가 1천5백명이다. 신부 지망생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 신부의 평균연령이 60세를 육박하는 등 고령화 현상도 심각하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신부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신도수 증가 속도는 더 빨라 태어난 아기가 영세를 받는 데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신부들의 결혼을 허용하면 신부수는 현재보다 4배나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가 신부 독신주의에 대한 논의조차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 교황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세계 가톨릭 교회가 얼마나 많은 헌금을 모으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생했던 신부들의 성추문 사건으로 가톨릭은 약 7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3개 교구의 재정이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이 여파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헌금이 줄었다. 현재 미국 가톨릭 신자의 기부금은 개신교 신자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이런 재정난을 해소하는 위해 교회재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 가톨릭의 도덕률을 현대 사회와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낙태와 피임,인공수정,배아복제,안락사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바티칸이 피임을 위한 콘돔 사용에 반대,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확산돼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교황의 콘돔 사용 금지 조치는 아프리카 교회를 질식시켰다"며 "여성이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전통도 불평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의 중앙집권식 권력구조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현재 바티칸은 교리 해석부터 콘돔 사용 승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중앙 통제식 구조를 갖고 있으며 아시아나 남미,아프리카 교회들은 이에 대해 불만이 많다. 가톨릭 국가의 상당수가 제3세계 빈곤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교회의 역할이 영적인 차원에 머물러야 하는지,아니면 문제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톨릭 교회가 위축되고 물질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가톨릭 신자의 40%가 거주하는 남미에서는 화려한 신교 복음주의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후임 교황이) 맞서야 할 과제의 하나는 시간과 돈,에너지를 제3세계에 쏟을 것인지,유럽과 북미를 물질주의로부터 구하는 데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