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독일의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의 실제 당선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16일로 78세가 된 라칭어 추기경은 지금까지 이탈리아와 독일 등 각종 언론에서 가장 유력한 교황후보로 거명되는 것은 물론 도박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가능성 높은 차기 교황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라칭어에 대해 도박전문회사 인터톱스는 17일 2대1의 가장 낮은 배당률을 정했고, 윌리엄스 힐에서는 7대2, 패디 파워에서는 3대1로 역시 최저 배당률이 정해졌다. 이런 배당률은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다가올수록 낮아져 도박사들이 라칭어가 선출될 가능성을 점점 높게 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장-마리 뤼스티제 추기경이 패디 파워와 윌리엄 힐에서 모두 2위지만 패디 파워의 배당률이 16대1로 라칭어에 거는 기대에는 한참 못미친다. 이들 이외에 3개 도박회사에서 모두 4위안에 포함된 후보는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디오니지 테타만치 등 이탈리아 추기경 2명이며 비유럽 후보인 나이지리아의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브라질의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뒤를 쫓고 있다. 그러나 라칭어 추기경은 당선에 필요한 추기경단 115명 중 3분의 2의 표인 77표를 확보하지는 못하고 40표 정도만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다 반대 세력이 많아 교황으로 선출되리라는 장담은 전혀 할 수 없다. 지난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될 때도 콘클라베 전까지는 이탈리아 후보들이 유력하게 꼽혔으나 실제 콘클라베에서 이들의 접전 끝에 나온 타협안에 의해 폴란드 출신 보이티야 추기경이 당선됐다. 이번에도 이탈리아 언론들은 라칭어의 경험과 학식을 인정하면서도 3분의 2는 득표하지 못하고 좌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비유럽 출신 교황 선출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거센데다 라칭어의 성격, 낙태나 동성애, 페미니즘, 콘돔사용에 반대하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교리해석,나치에 협력한 전력 등의 개인적 성향과 자질을 비판하는 지적도 많다. 클라우디오 우메스 등 남미 추기경을 밀고 있는 브라질의 좌파 신학자 레오나르두 보프는 17일 일간 에스타두 기고문을 통해 라칭어는 "혐오스럽다"며 그가 절대로 교황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는 완고한데다 신앙의 문제를 다룰 때 독선적 태도로 주교회의와 동료 추기경들을 모욕하는 등 가톨릭 교회 내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추기경 중 한 명"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17일자에서 라칭어가 독일 나치의 청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했고 BMW 공장의 방공포 부대에 근무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독일 내에서도 그의 보수적 성향에 대한 견제세력이 높아 독일 추기경들도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독일의 유명 진보파 신학자 한스 큉은 라칭어 추기경이 콘클라베를 조종해 개혁 성향의 차기교황 선출을 막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