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노사모'와 `박사모'가 있다면 가톨릭엔 `라사모'가 있다. 차기 교황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 지지자들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현재 `라사모' 사이트는 여러 개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라칭어 추기경 팬 클럽'이라는 이름의 영어로 된 사이트다. 이 사이트(http://www.ratzingerfanclub.com)는 지난 2000년 만들어졌으나 최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후 차기 교황 선출 절차가 시작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이트엔 라칭어 추기경의 생애에 관한 자료와 그의 저서, 논문, 강론, 언론 보도, 그가 추천하는 서적들에 이르기 까지 분야별로 정리돼 있으며 관련 사이트 링크 목록도 게시돼 있다. 팬 클럽 사이트 답게 라칭어 추기경 이름이나 얼굴을 인쇄한 티셔츠, 행주치마, 스티커, 커피잔, 맥주잔, 야구모자 등을 파는 `인터넷 가게'도 있다. 이 사이트에서 열성 지지자들은 라칭어 추기경을 `라치'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 라치는 자유주의적 미디어와 이른바 `유사(類似) 가톨릭 대학들의 계몽된 지식인'들로부터 부당한 악평을 받아왔다"며 엄호한다. 일부 비판론자들이 사이트의 토론란에 들어와 "예수가 동성애를 금지한 일 없다"고 주장하며 "그는 수백 만 동성애자들에겐 악마"라고 비난하거나 "콘돔 사용 금지는 시대착오적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를 `신의 충견'이자 `차기 교황'으로 보는 지지자들의 "라치는 신학적 해석 오류를 고치고, 추방된 신학자들을 침묵케 하고, 이단이 추한 머리를 들 때 마다 밟아버리는 등의 성스러운 일에 헌신해오고 있다"는 등의 글들에 파묻혀 버린다. 많은 이들이 초보수적이고 올해 78세인 라칭어 추기경이 전세계 추기경 중 유일하게, 그것도 젊은이들이 주류인 인터넷 팬 사이트를 갖게 됐는 지 궁금해 한다. 독일 출신인 라칭어 추기경은 사목서신 등을 통해 "낙태 지지 정치인들에게 성찬(예배)을 베풀지 말라. 페미니즘은 여성을 남성의 적으로 만드는 것. 동성애는 죄악. 콘돔 사용은 신의 섭리에 위배" 등의 보수적 교리 해석과 신앙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가톨릭 내의 진보적 신자들과 일부 성직자들, 특히 자유주의적 전통이 강한 독일 신자들이 가장 맹렬하게 공격해왔다. 그러나 공격이 심한 만큼 보수적 교인들도 `교황의 오른팔'로 불려온 라칭어 추기경을 중심으로 뭉쳤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보수적이지만 친근한 인간미나 자상한 할아버지 이미지로 청소년 지지자들이 꽤 많았다. 비판론자들은 팬 클럽에 대해 마치 우상 처럼 떠받드는 `라칭어 숭배 현상'을 우려하며 배후를 의심하는 반면 지지자들은 신에 대한 섬김과는 달리 인간이자 신의 대리인인 성직자로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