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미국 경제가 최근 소비·고용 등에서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성과를 내자 세계경제가 회복기 중 일시적인 침체를 의미하는 이른바 '소프트 패치'(soft patch)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경제관련 국제기구들도 일제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올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급등세를 탔던 미국 일본 등의 주가도 최근 하락세로 전환,올 고점대비 3~5% 떨어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미국 등 주요국 성장률 지난해보다 낮아질 듯 올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IMF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미국 경제 성장률이 3.6%에 그쳐 지난해(4.3%)보다 0.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유로존 경제성장률도 1.6%로 지난해 9월 전망치보다 1%포인트나 낮췄다. 일본경제 전망치도 2.3%에서 0.8%로 대폭 하향됐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 중국도 올해 성장률이 8.5%로 지난해(9.5%)보다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3일 30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9%에서 2.8%로 낮췄다. 또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은 3.8%로 지난해 수준에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악화되는 미국의 주요 경기지표 특히 미국은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대표적 경기지표인 소매판매는 3월 중 0.3% 증가에 그쳐 당초 예상치(0.8%)를 밑돌았다. 소매판매 증가율이 예상치를 밑돈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특히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0.1%)은 1년 만에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소매판매 둔화는 미국 경제의 활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미국인의 소비가 연간 7백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용시장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 3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증가는 11만개에 머물러 예상치(22만개)의 절반에 그쳤다. 기대와는 달리 '고용없는 경제회복'에서 '고용있는 경제회복'으로 전환이 순조롭지 않다는 얘기다. 올 1·4분기 기업실적 발표시즌을 맞았지만,'실적 서프라이즈'보다 '실적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실적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시장은 정보기술(IT) 부문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인텔효과'에도 큰 기대를 걸지않는 모습이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13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동반급락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올 들어 다우지수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지난 1월 말부터 상승세를 타 3월 초에는 연중최고치인 10,940포인트까지 올랐으나,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13일 현재 10,403포인트로 고점대비 5.1% 하락한 상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호전될 듯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가 '더블 딥(이중침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금리 및 인플레이션 등이 변수지만,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4.4%로 올해보다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는 내년 성장률이 올해와 같은 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유럽경제는 2.3% 성장해 올해보다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고성장이 지속돼 선진국의 경기부진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 용어설명 ] # '소프트 패치'란? 소프트 패치(soft patch)란 '경기회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를 뜻한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2002년 11월13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소프트 패치는 골프장 잔디 상태를 일컫는 말인 '라지 패치'(Large patch)에서 유래됐다. 라지 패치는 병이나 해충 등의 이유로 골프장 페어웨이 중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한 부분을 가리킨다. 골프공이 여기에 빠지면 골퍼는 당연히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린스펀은 이 용어를 '소프트 패치'로 변형,미국 경제가 '라지 패치'에 빠진 것 만큼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