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의 민족주의를 경계하면서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임스 리릴 전 주한미국 대사가 13일 밝혔다. 미국기업연구소 공공정책 부문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릴리 전 대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이 19세기 초 일본를 지지하다 2차대전에서는 중국과 동맹으로 일본에 대항해 싸우는 등 역사적으로 양국관계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의 한-일,중-일간 영토분쟁이나 일본의 2차대전 사죄 문제에서 미국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릴리 전 대사는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해 현재 중국에서 번지고 있는 반일 시위에 대해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영토 분쟁 때문이라기보다 일본의 정치적 부상을 막으려는 중국의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일본의 대만문제 개입을 사전에 저지하기 위해 일본이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려는 것을 막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에 대해 품고 있는 (역사적) 반감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릴리 전 대사는 급속히 현대화한 중국군의 개선된 전쟁수행 능력과 (아시아에 대한) 통제권 주장을 우려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을 제어할 수 있는 군사력을 지닌 유일한 국가인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싱가포르에 해군시설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을 비롯, 한국과 태국,필리핀,일본과 안보협정을 맺고 있으며 대만의 안보도 책임지고 있다는 것. 그는 과거 레이건 정부나 2대에 걸친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에서 최우선 고려대상은 일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은 실질적인 대외정책에서는 중국을 가장 중요한 상대로 상정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 이해관계와 반테러정책 공조 등에서 이 점이 강조된다. 지난 1996년 중국의 대만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대만에 전투병력과 항공모함을 파견한 일,1999년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 2001년 하이난다오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미군 정찰기 간 충돌 등 중국과 관련한 여러 사건도 미국 언론을 크게 장식하며 어떤 면에서는 중국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릴리 전 대사는 인도,브라질과 함께 지역 중심 국가 역할을 하는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이 있다며 중국이 군사력을 확대하면서도 북핵 문제 조율에는 미온적이고 무능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협력의 역학관계와 국제적 생산,공급체계가 과거의 적을 동지로 만들고 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현재 중국에서 발원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이러한 진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릴리 전 대사는 현재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유권 분쟁과 역사와 관련한 적대감을 '냉소적이고 감정적인' 우선순위라고 표현하며 장기적으로는 번영과 안정, 더 나은 삶의 질이 아시아인들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영 기자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