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을 앞둔바티칸 시티는 연일 성 베드로 성당과 광장을 중심으로 전세계 추모객들이 몰려들어발디딜 틍 없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시신 일반 공개 이틀째인 5일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몰려든 참배객들은 5시간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고통'에도 아랑곳 않고 성 베드로 성당 안팎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성 베드로 성당이 오전 4시 40분쯤 문을 열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수천명이 교황의 시신으로 향했다. 날이 밝으면서 추모객들이 수십만명으로 급격하게 불어나 인근 지하철역에서 성당 입구까지 빼곡이 줄을 서서 시신 알현을 기다렸으며 중간에서 줄서기를 포기하는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사제복을 입은 신부와 수녀에서 가톨릭 신도, 배낭을 멘 일반 관광객,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이었고 부모 품에 안긴 아기와 주인에 이끌린견공(犬公)들도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추모객들은 수시로 교황의 이름을 연호하고 박수를 치며 기다림의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다.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천수를 다하고 천주의곁으로 간 것을 축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장시간 줄서기를 이미 각오한 듯 많은 사람들이 가방에 물과 샌드위치를 미리챙겨와 선 채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바티칸과 로마시측은 곳곳에 수천명의 경찰과 안내 요원들을 배치해 질서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참배객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탈진해 광장에 설치된 임시 진료텐트로 옮겨져치료를 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편 로마시는 8일 전세계 200여개국 정부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장례식을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티칸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인근 군 기지를중심으로 대공 미사일 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나토의 첨단 정찰기도 배치키로 하는 등 전례없는 엄청난 규모의 종교행사를안전하게 치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교황의 시신은 밤낮으로 성 베드로 성당에서 공개된 뒤 8일 장례식 뒤 성당 지하에 안장된다. 호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서거전에 장지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며 장지 선택은 전통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교황들은전통적으로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안장됐다. (바티칸시티=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