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로 전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3일 교황의 유해가 교황청사로 옮겨졌고 바티칸은 본격적인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또 이날 성 베드로 성당에서 교황의 영면을 비는 추모 미사가 열렸으며 세계 각지의 추기경들이 장례식과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 참석을 위해 속속 교황청에 집결하고 있다. 교황 유해는 4일 오후 성 베드로 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인의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차기 교황은 누가 될 것인가가 지구촌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가톨릭 신자의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는 제3세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차기 교황은 브라질 출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남아공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먼드 투투 영국 성공회 대주교는 "아프리카인이 차기 교황으로 선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투투 대주교는 케이프타운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초로 아프리카인이 교황에 선출돼 비(非) 이탈리아인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계승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교황 투표권을 가진 21명의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는 중남미 출신의 성직자가 유리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도 20명이나 돼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호사가들 사이에선 중세에 지어진 '말라키아 예언서'가 화제다. 12세기 아일랜드의 말라키아 주교(1094∼1148년)가 1139년에 내놓았다는 이 예언에 따르면 차기 교황은 '올리브의 영광'으로 표현돼 있어 제3세계가 아닌 유럽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말라키아 주교는 교황 바오로 6세를 '꽃 중의 꽃'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그를 배출한 이탈리아 몬티니 가문의 문장에 '백합'이 그려져 있음을 가리킨 것이라는 그럴듯한 해설이 따라붙었다. 또 요한 바오로 1세에 대해 '달포'라고 표현했는데 그는 겨우 33일 간 재위하다 숨을 거뒀다.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에게는 '태양의 산고'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는데 유럽인의 시각에서 보면 폴란드도 태양이 뜨는 동쪽이어서 이렇게 예언했다는 주장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 교황은 이전까지의 이름을 버리고 재위 기간 사용할 이름을 직접 고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많은 교황들이 자신의 세례명을 라틴어로 표기하거나 과거 교황 중 한 사람 또는 성자의 이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썼다. 또 자신에게 부여하기를 원하는 품성,이를테면 '헌신'을 뜻하는 비오(Pius) 등을 이름으로 쓸 수도 있다. 요한 22세처럼 생부의 이름을 딴 교황도 있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