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서거에 이어첫 흑인 교황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은 나이지리아출신으로 교황청 내 이슬람 전문통으로 꼽힌다. 그는 대주교 시절이던 지난 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발탁돼 로마 교황청에 입성, 이듬해인 85년 추기경으로 승격한 이래 2002년까지 근 20년동안 이슬람교, 불교, 유대교 등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뛰어난 유머 감각과 함께 어려운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능력의 소지자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보수주의적 신앙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가톨릭이 다른 종교와의 교류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이슬람교 문제가 중요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가톨릭교 내에서이 문제를 적절히 대처할 적임자로 아린제 추기경이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린제 추기경은 그러나 동성연애, 혼외정사 등의 문제엔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교황청 서열 4위로 성사의 규율과 전례업무를 담당하는 신앙성성(聖省) 수장을맡고 있는 그는 1932년 11월 1일 나이지리아 남부 시골 마을 에지오웰레의 토속신앙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그러나 어린시절 아일랜드계 학교에 다니면서 9세때 영세를 받는 등 독실한 신앙인으로서의 길을 걸었다. 26세때인 1958년에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32세때인 1965년에 최연소 주교에 올랐으며 1967년 나이지리아 오니차 교구 대주교로 승격됐다. 그는 런던 대학에서 수학하는 등 영국에서 교육을 받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데다가 아프리카 출신으로 제3세계와 서유럽의 지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장점도지니고 있다. 한편 그가 교황으로 선출될 경우 AD 496년에 서거한 겔라시우스 1세 이후 1천500년만의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