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善終)이 임박한 가운데2일 성 베드로 광장에는 죽음으로의 긴 여행을 떠나려는 교황과 아픔을 나누려는 전세계 순례객들과 관광객, 이탈리아인들의 행렬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베드로 광장 주위의 약국과 우체국 등 업소들은 종전과 다름없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교황의 서거를 준비하는 작업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부활절 예배 기간동안 성 베드로 성당의 계단 위의 제대(祭臺)를덮었던 차양이 인부들에 의해 제거됐다. 교황의 성체를 모신 관이 지나갈 행렬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 인부는 설명했다. 7만명에 달했던 베드로 광장의 인파는 새벽이 가까워 오면서 수백명으로 줄어들었으나 날이 밝아 오면서 다시 늘어나 수천명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성당을 향한 채 성경을 읽거나, 교황이 광장을 내려다 보던 3층의 창문을 카메라나 카메라폰으로 찍고 있었다. 광장 중앙에 서 있던 한 여인은 교황의 일대기를 담은 책을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어떤 이는 기도문을 큰 소리로 낭독하고 있었다.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매우 당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발레리아 라페나(24)라는 한 이탈리아 여학생은 남부의 고향 바리로 갈 생각으로 전날 버스표를 구입했으나 교황의 위독 소식을 접하고 고향 행을 포기하고 여행가방을 든채 광장 한 가운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녀는 벌써 18시간째광장에 서 있다고 말했다. "되풀이 되는 소식이라도 좋으니 현재의 건강 상태를 듣고 싶다"며 그녀는 교황의 근황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라디오가 들려있었다. "교황이 서거하더라도 더 이상 고통이 없으시기를 바란다"고 라페나는 울먹였다. 관광객들은 광장에 들어가기 위한 보안 검색의 긴 행렬에 서서 묵묵히 차례를기다리고 있었다.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서로 손을 꼭잡고 있었다. 개를 끌고 온 사람도 있었고어린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사람도 눈에 띄었다. 광장 건너 두 곳의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로마에서 온 클라우디오 시파니라는 청년은 광장에서 26세 생일을 맞는다면 "철야는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을 할아버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마 경찰은 앞으로 며칠간 수십만의 순례객들이 몰려 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마시 당국은 바티칸에 정차하는 지하철과 버스 교통편을 증설하는 중이라고발표했다. 바티칸 라디오 방송은 지난 2000년 1월1일 새천년을 맞이했던 때와 같이 간이화장실이 광장 근처에 설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티칸시티 AP=연합뉴스) dcpark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