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의 대표적인 후유증인 고엽제 문제와 관련해 베트남측 피해자들이 미 법원에 낸 피해보상소송이 기각된 소식이 알려지자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베트남고엽제피해자협회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 법원의 이번 기각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기각 결정을 내린 와인스타인 판사는 분명한 진실에 대해 눈을 감아버린 비도덕적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또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다름아닌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재심을 요구했다. 이 협회의 응웬 쫑 년 부회장은 사견임을 전제, "이미 소송을 낼 때부터 기각결정이 날 것으로 예견했다"면서 "승소를 원하지만 워낙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협회측이 이번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베트남전 당시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중부 다낭 출신인 란 앙(24)양은 "미국의이번 결정은 그들이 최고의 가치라고 부르짖어온 국제사회의 정의에 스스로 찬물을끼얹은 처사"라고 비난한 뒤 "미국은 고엽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백만명의 베트남피해자들에게 사죄와 함께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엽제 부모 사이에 태어난 뒤 암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전후세대 피해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하노이의 한 복지시설 관계자도 "미국이 전쟁 당시 살포한 고엽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아야 한다"고 흥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의 한 교수는 "미국의 이번 결정은 향후미-베트남 관계에 분명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미 법원과 정부가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뉴욕주 지방법원의 잭 와인스타인 판사는 10일(현지시간) "어떤 나라,어떤 주의 국내법 뿐아니라 어떤 형태의 국제법에도 원고들의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없다"며 피해 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국제적 관심을 끌어온 이 소송의 골자는 다우 케미컬, 몬산토 등 고엽제 제조사들이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를 다량으로 미군에 공급해 살포하는 바람에 베트남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당했고 따라서 제조회사들이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 미국은 베트남전이 계속되던 지난 1962년부터 1971년까지 7천900만ℓ 이상의 고엽제를 베트남 전역에 살포했으며, 이에 피해를 입은 베트남인만 400만명에 달하는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