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5일 국제사회의 철군 압력에 굴복,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을 모두 동부 시리아-레바논 국경지역으로 이동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 전체 병력을 먼저 (동부의) 베카 지역으로 철수한뒤, 추후 레바논-시리아 국경지역에 재배치할 것"이라고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로써 시리아는 타이프 협정 요구사항을 완전 준수하고 유엔안보리 결의 1559호도 이행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그러나 "시리아군이 철수하더라도 (레바논 내) 시리아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시리아의 레바논 내 영향력과 역할은 군병력의 존재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또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과 철군계획을 승인하기 위해 다음주 합동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시리아 주둔병력을 2단계로 나눠 점진적으로 철수하되, 레바논 내 시리아의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조속한 완전 철군"을 요구하는 미국 등 서방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 아사드 대통령 연설 = 아사드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전날 관영 SANA 통신이예고하면서 중대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아사드 대통령은 연설에서 1만4천명의 시리아군 병력을 1단계로 베카계곡 방면으로 `철수'한뒤, 추후 시리아-레바논 국경지역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1시간 동안 계속된 연설에서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철군 계획을 밝히고 시리아는 레바논에서 철수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000년에 철군을 시작했으며 우리 병력의 거의 60%를 철수했다"면서 "과거 4만명이었던 병력이 지금은 1만4천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특히 "우리가 레바논에서 일부 과오를 저지른 점을 시인한다"고 밝히고 "시리아군의 철수와 관련해 레바논 국민의 총의가 조성되면 하루도 더 머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논란과 압박을 의식, "시리아가 논쟁의 대상이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군과 함께 철수하도록 요구한 정보요원들의 철수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아사드 대통령은 또 지난달 14일 발생한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사건에 언급, "레바논의 단합과 안정을 깨려는 비열한 범죄"라고 규탄했다. 그는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레바논 뿐 아니라 시리아의 관심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유엔 무대에서 시리아에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를 겨냥, "외부의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일부 국제적인 언론 매체들이 시리아와 그 정부를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레바논ㆍ시리아 반응 = 수주일간 계속돼온 국제사회의 철군압박은 시리아에반외세 저항심과 애국심을 고취시켜왔다. 아사드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의사당 주변에는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대형 TV로 연설을 지켜보며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국기를 흔들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시리아와 레바논은 하나" "외세 개입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지자들은 아사드 대통령의 사진과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에서 즉각 철수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그러나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 광장'에는 1천여명의 군중이 모여 "시리아는 물러가라" 등의 반(反) 시리아 구호를 외쳤다. 레바논의 LBC 방송은 아사드 대통령의 철군발표를 TV로 지켜보다 서로 껴앉고뺨을 비비는 시민들의 모습을 비쳐줬다. 하리리 전 총리와 함께 레바논 야당 운동을 지도해온 드루즈파 지도자 왈리드줌블라트는 아사드 대통령의 발표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리아 대통령의 연설을 긍정적이고 우리의 염원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면서 "그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으며 이는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라후드 대통령도 양국간 지리적, 역사적 관계를 무시한 감정적 반응으로 레바논과 시리아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시리아 감수해온 "희생"을 잊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독계 지도자로 대통령을 지낸 아민 게마옐은 "우리는 그가 국경쪽으로철군이 아닌 국경 넘어로 철군을 약속하길 기대했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