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의 육촌 여동생이 히틀러의 심신장애자 강제 안락사 명령에 따라 가스실에서 학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7일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독일 뮌헨 법의학연구소와 오스트리아 오버잘츠브르크 현대사연구소 측은 최근히틀러 가계의 어두운 면들을 보여주는 새로운 자료들을 발굴해냈다.

이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태생인 히틀러보다 두 살 어린 육촌 여동생 알로이지아V.가 지난 1940년 12월 오스트리아 린츠 인근의 하르트하임 의학 연구소 가스실에서살해됐다.

사망 당시 49세였던 알로이지아는 오스트리아 빈의 정신병원에서 9년 동안 수감돼 있다가 1940년 11월 다른 시설을 잠시 거쳤으며, 12월 6일 처형됐다.

이는 나치가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을 강제 안락사라는이름으로 27만여 명이나 집단 살해한 범죄의 희생자 가운데 히틀러의 가까운 친척이포함됐다는 사실을 처음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 연구에 동참해온 미국 역사가 티모시 라이백 박사는 "히틀러가자신의 가족사를 비밀에 붙이려 했다는 구전이 있었다"면서 "60년이 지난 지금에야히틀러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했던 이유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을 앓았던 알로이지아는 평소엔 평화롭게 공예품을 만들었으나 자주 환각과 망상 등에 시달리고 벽의 십자가상을 부수기도 했다.

150쪽에 달하는 새로운 자료를 발굴한 연구진은 이 자료들이 히틀러의 정신 건강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해주는 것은 아니며, 그가 정신분열증이나 유사 증세를 앓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히틀러의 가계에서 많이 나타나는 여러 질병 사례는 히틀러에게 `비정상적인 인성들'이 보통에 비해 더 나타났을 개연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알로이지아를 포함한 히틀러의 아버지 쪽 가계에는 여러 명의 정신질환자와 1명의 자살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모계 쪽의 경우엔 사촌 여동생과 숙모가 허리뼈가 S로 휘는 척추 만곡증과 왜소증을 각각 앓았다.

연구진은 발굴 자료들을 토대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히틀러의 가족사에관한 책을 펴낼 예정이며, 독일 제2공영 ZDF 방송은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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