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오쯔양(趙紫陽) 사망소식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확인하면서 중국내 TV와 라디오에는 이를 인용하지 말도록 해중국 지도부가 여전히 그의 죽음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신화통신은 자오쯔양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시간보다 2시간쯤 늦은 17일 오후9시 9분(현지시각) 1줄짜리 짤막한 베이징(北京)발 기사를 통해 그의 사망소식을 타전했다. 신화는 이 소식을 6분 뒤에 다시 영문으로 내보내는 등 과거 중국 지도자의 사망 때에 비해 비교적 신속히 확인했다. 신화는 그러나 이날 자오쯔양의 사망 소식을 중문(中文)으로 타전한 직후 내보낸 '주의문'을 통해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조자양 동지 사망 기사는 신문에 제공된 것으로, 국내 라디오와 TV는 사용하지 말라"고 신화사 국내부 명의로 밝혔다. 신화는 주의문의 첫머리에 이런 내용의 보도통제가 관련기관의 통지에 의한 것이라고만 설명했을 뿐 문제의 관련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의 TV와 라디오는 신화 보도가 나가고 2시간이 지나도록 자오쯔양 사망소식을 다루지 않고 있어 중국내 신랑(新浪.Sina.com)과 써우후(搜狐.Sohu.com) 등 인터넷 매체와 봉황위성TV 등 홍콩 언론이 신화의 보도를 인용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를 두고 중국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동조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뒤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왔던 자오쯔양에 대해 여전히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접하는 매체인 TV와 라디오에서 이를 다룰 경우 동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신화통신을 통해 이례적으로 사망소식을 비교적 신속히확인한 것은 제4세대 지도부 구성원 가운데 톈안먼 유혈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인사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았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