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 2대 수반을 뽑는 선거가 9일 밤(현지시간) 종료됐으며, 파타운동 후보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은 승리를 선언했다. 압바스 후보는 투표 종료 2시간 뒤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승리를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초대 총리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압바스 후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주주의 정신에 감사하며 민주주의 날을 맞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이야말로 우리의 존경과 충성을 받을자격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받고있는 고통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압바스 후보는 또 "우리 앞에는 나라를 세우고, 주민들을 위해 안보를 확립하고,그들에게 나은 삶을 보장하고, 수감자들에게는 자유를 주고, 독립국 목표를 달성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압바스 후보는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가 종료된 이날 밤 9시(한국시간 10일 오전 4시) 직후 발표된 팔레스타인정책연구센터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압바스 후보는 66.3%의 지지를 얻었다. 이에 따라 압바스 후보는 19.7%를 얻은데 그친 최대 경쟁자 무스타파 바르구티를 누르고 당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5명의 후보들은 4%에도 못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정책연구센터는 1만명의 투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조사했으며 이 조사의 오차율은 ± 3% 포인트라고 밝혔다. 요르단강 나블루스에 있는 안 나하르 대학이 조사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압바스 후보와 바르구티 후보가 각각 69.5%와 24.5%의 지지를 각각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오차율은 ±5% 포인트이다. 압바스 후보는 라말라의 비르 자이트 대학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70%의 지지율로20%를 얻은 바르구티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종료 직후 개표에 들어갔으며 10일 오전 공식 개표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식 개표결과 당선이 확정된 후보는 지난해 11월 11일 타계한 아라파트 초대수반의 뒤를 이어 자치정부를 이끌게 된다. 선거관리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유권자 180만명 가운데 65%가 투표에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최대 민중조직인 하마스 등 무장단체들의 불참으로 투표 참가율이 극히 저조할것으로 우려됐으나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다. 하마스는 우려와 달리 지지자들에게 선거 방해를 지시하지 않았으며 선거폭력이나 사건사고도 별로 없이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는 당초 오후 7시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중앙선관위는 이스라엘의 통제로일부 유권자들의 참여가 방해를 받았다며 오후 9시까지 2시간 연장 실시했다. 압바스 후보는 라말라 청사 안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한뒤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을 보여준 행사였다고 말했다. 투표가 종료된 뒤 압바스를 지지하는 파타운동 무장대원들이 자동차를 타고 라말라 시내를 돌며 압바스의 승리를 확인하는 축포를 쏘아댔다. 이스라엘도 압바스의 압승을 예상하는 출구조사 결과에 환영한다고 밝히고 온건파인 압바스가 평화의 새 시대를 열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이스라엘 총리실의 고위 관리는 새로운 자치정부 수반이 당선되면 아리엘샤론 총리가 2003년 이후 중단된 고위급 회담 재개를 위해 새 수반과 만날 것이라고말했다. 이번 선거는 1996년 팔레스타인 사상 첫 수반 선거 이후 9년만에 치러졌다. 그러나 아라파트를 추대하기 위한 형식적 선거에 불과했던 당시와 달리 이날 선거는 팔레스타인 최초의 자유 민주선거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있다. 나라 없는 설움을 안고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장기 독재와 분식(粉飾)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중동 지역에서 유례없는 민주주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