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1천1백원에 근접함에 따라 당분간 외환시장 움직임이 최대관심사가 될 것 같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원화환율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빨리 하락하는 것과 동시에 원화가치의 고평가가 문제다.

한 나라 통화가치의 적정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환율구조모형 등을 통해 원화가치의 적정수준을 따져보면 1천1백30원 내외로 추정된다.

불과 한달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등으로부터 통상마찰의 표적이 될 정도로 저평가돼 있던 원화가치가 갑자기 고평가로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 환율의 하락속도가 빨랐음을 의미한다.

여러 요인 가운데 외환당국이 '시장친화적 정책'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환율을 방치해 놓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원화 환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올 9월말 이후 수출대금이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신규로 늘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시장개입으로 늘어났던 시장참여자들의 보유달러화가 외환당국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로 출회되는 과정에서 '달러약세→환차손 증가→보유달러 출회→환율하락'의 악순환이 발생되고 있는 셈이다.

모든 가격변수는 시장에 맡겨놓는 것이 최선이지만 문제는 미국 대선에서 쌍둥이 적자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해 달러약세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시장 개입을 포기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에 외환당국이 시장친화적 정책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두가지면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하나는 외환당국이 혹시 힘을 보여주기 위한 '본때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 수출을 지탱해온 시장개입의 공(功)은 어디가고 국감에서 외평채 과다 발행에 따른 실정이 지적됨에 따라 정작 시장개입이 필요한 때에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면에서 결과적으로 위기를 촉발시켰던 외환위기 당시의 본때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또하나는 정책적으로 '금리인하'와 '원화 환율하락'간의 합의(big deal)가 있었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고유가 등으로 높아지는 인플레 압력을 원화가치 절상을 통해 완화해 줌으로써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은 시장친화적인 정책은 가격변수를 시장에 그대로 맡겨 놓는 '시장방임'과는 구별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원화 환율처럼 시장참여자들이 혼란을 느낄 정도로 급락할 때에는 시장질서 유지차원에서 하락속도를 조절하는 '시장개입(smoothing operation)'은 엄연한 시장친화적인 정책에 속한다.

설령 시장에 맡겨놓는다 하더라도 가격변수가 우리 경제실상을 제대로 반영할 때에만 가능하다.

최근 국내금융시장처럼 투기적 요인이 많이 결부된 상황에서 가격변수를 시장에 맡겨놓을 경우 투기세력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고 정책당국은 주도권을 잃게 된다.

정책당국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고 정확한 미래예측을 토대로 선제적인 정책운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또 국회의원과 시장참여자들도 정책당국자에게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요구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일부 외환당국자들이 시장에 맡겨놓아도 문제이냐는 불평과 시장에서 훈련이 안된 국회의원들이 환율을 시장에 맡겨놓으라는 요구가 국민들에게는 왜 피부로 와닿지 않는지를 관련된 인사들은 한번쯤은 되새겨 봐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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