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재선됨에 따라 유럽은 겉으로는 축하를 보내면서도 미국의 향후 대(對) 유럽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미국 유권자들이 강경 외교 노선을 견지한 부시 행정부를 선택했다는 현실을주시하고 미국에 맞서기위해서는 유럽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발의 목소리가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설에서 2000년 대선 때와 달리 부시 대통령이 이번엔득표수에서 명백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미국은 더 보수적이 됐고 더 일방주의적이 됐다"고 우려했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도 일단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축하를 보내고 있지만 부시행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대한 견제와 개선에 대한 기대를 잊지않았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미국과 협력과 우정의 결속을강화하기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에 다자주의 원칙과 가치 존중을촉구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축하 서한에서 미국과의 향후 협력은 대화와 상호존중의 정신속에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해 부시가 외교 정책 노선을 수정하길 바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많은 유럽의 정치 분석가들은 미국 국민의 부시 대통령 재선택에 따라주로 부시 행정부에 국한됐던 유럽인들의 반미 감정이 더욱 증폭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그간 유럽쪽에서 보냈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 좀 더 협력적인 자세로 유럽에 다가설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의 BBC 방송은 부시 대통령은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이라크 침공에반대한 프랑스와 독일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겠지만 지금까지의 성향으로 보아 획기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은 없으며 그런 이유로 대서양 양안에는 당분간 냉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시 대통령이 차기 팀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관심거리지만 부시가 이라크전과국방개혁 정책의 계속 추진을 위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를 계속 기용할 것으로 유럽의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스페인 정치 분석가 라파엘 바르다지는 "부시 대통령은 대선 승리가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줬다고 해석할 것이기 때문에 2기 정권이 좀 더 온건적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부시의 재선은 또 유럽에 초강대국 유럽에 맞서 외교적 균형을 맞추기위해서는더 강해져야한다는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중도파 정당인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루 총재는 "이번 대선 결과에서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이 실상은 미국인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더욱 결의에 찬 미국에 맞서기위해서는 강한 유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당 지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도 "이번 미 대선의 주된 교훈은 전세계에 자체 비전을 강요하려는 미국에 저항하기위해 더 강한 유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