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무역 자유화를 목표로삼고 있는 DDA(도하개벌어젠다) 협상에는 '푸른 신호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리 후보가 보호무역조치를 통해 국내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약한 것과는 달리 부시 대통령은 집권 1기 내내 자유무역의 확대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3선을 바라볼 수 없는 만큼 종전보다는 무역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의회가 당파를 떠나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사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양원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미의회가 부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공산은 크지 않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0년의 경우처럼 의회로부터 협상 재량권을 위임받을 가능성이 크며 결국 부시 1기 정권이 취하고 있는 무역정책의 줄기는 훼손되지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대로 유럽연합(EU)와 몇가지 굵직한 무역사안을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2기 정권 출범 초반부터 전면대결을 벌이는 일은 피할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관계인 EU측을 자극할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도 전면대결은양측 모두에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EU측에서는 그러나 향후의 대미 통상 관계는 누가 무역대표부(USTR)의 수장이 되는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면 무역협상 고위관리들은 이 전면 교체되는 것이 관례.로버트 졸릭 무역대표가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협상 진용 자체는 큰 폭으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DA협상은 지난 8월1일 프레임워크(기본골격)를 합의한 이후 EU집행위의 개편, 미국의 대선을 기다리며 '기술적 문제들'을 논의한다는 핑계 하에 숨을 고르고 있는형편이었다. WTO관계자들은 내년 1월 스위스에서 비공식의 미니 각료회의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DDA협상의 속도는 예상보다 다소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레이건 전대통령 처럼 집권 2기에는 큰 그림을그리는데 치중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요 교역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는 것도 예상되는 시나리오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레이건 전대통령의 집권 2기에는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개시 등이 성사된 기간이었다. 만일 부시 대통령이 FTA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면 한-미 FTA 체결 가능성도 한층 커지는 셈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